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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시각 2000년01월02일00시08분 KST

    [강만길칼럼] 2000년대의 통일은

    1999년의 섣달 그믐도 2000년의 정월 초하루도 24시간임에는 틀림없지만, 사람들은 새 백년 새 천년의 출발점에서 더 나은 내일은 내다보면서 새로운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들이 쌓여 역사를 전진시키게 마련이다. 이제 막 열린 새 백년 새 천년에는 묵은 백년 묵은 천년보다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롭고 더 고루 잘살게 돼야 할 것이지만, 나름의 의식을 가지고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이 새 백년 새 천년에 들어서면서 희원하는 최대의 소망이 무엇일까. 두 말 할 것 없이 민족통일 그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통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는 남북 7천만 주민 모두가 합의했다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누구도 내놓고 반대하지 못하며, 통일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역사적 당위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떤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다.

    한때는 6·25 전쟁과 같은 무력통일이 기도되기도 했으나 남북 모두 실패했다. 처음엔 북쪽이 할 뻔했으나 유엔군 참전으로 좌절됐고, 다음엔 남쪽이 할 뻔했으나 중공군 참전으로 불가능했다. 그 중요한 원인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문제에 있었으며 그래서 평화통일론이 정착돼 간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평화통일 방법으로 남북연합이나 연방제 등이 제시되다가 독일이 통일됨으로서 남쪽에서는 한때 흡수통일이 강력히 추구되기도 했다. 특히 김일성 주석 사망과 북쪽의 경제적 곤경이 바로 남쪽에 의한 흡수통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 혹은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독일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동독과 북한의 조건이 크게 달랐고, 특히 소련의 상황 및 동독과의 관계가 중국의 상황 및 북한과의 관계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점을 정확하게 아는 일이 요긴하다.

    김대중 정부는 지금까지의 남쪽 정부 중 한반도에서는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이 불가능하며 또 돼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한 최초의 정부가 아닌가 한다. 그 때문에 햇볕정책 - 우리는 `적극적 화해정책'이라 한다 - 이 제기됐고, 여러 난관이 있음에도 흔들림 없이 정착해 가고 있다. 적극적 화해정책이란 한마디로 무력통일은 말할 것 없고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도 철저히 배제하고, 남북의 화해 공존에 의한 평화 정착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적극적 화해정책이 좇는 통일은 화해·협력·타협·협상 통일일 수밖에 없다. 그것에는 상당한 시간과 끈질긴 인내가 필요하며, 한걸음 나아가서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불가결하다. 21세기에 이뤄질 통일을 20세기적 국가 인식에 한정해 구상하는 일도 재고돼야 한다.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에는 하나의 민족사회가 반드시 하나의 강력한 중앙정부 통치 아래 있어야 한다고 고집할 수 없으며, 비교적 강한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들이 비교적 약한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 아래 느슨히 소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 화해정책 아래서 `서해충돌사건'이 있어도 금강산 관광이 계속되는 한편, 북녘 공업단지 개발이 계획되고 쌍방간에 운동경기가 교환되는 일 등을 두고, 어떤 의미에서는 화해·협력·타협·협상 통일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남북을 막론한 한반도 주민들이 통일이란 것이 베트남이나 독일처럼 일시에 갑자기 와서는 안 되고 차츰차츰 와야 하며, 그것이 옳은 의미의 평화적·합리적 통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정착돼 가는 적극적 화해정책이 김대중 정부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후속 정부에도 계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대통령중심제 유지와 정계 일각에서 거론되는 내각책임제 도입의 문제가 있지만, 어느 경우이건 적극적 화해정책은 반드시 계속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김대중 정부의 남은 기간에 적극적 화해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만 김대중 정부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대북 정책이 더 후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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