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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4월09일20시56분

    한겨레/ 사설·칼럼/ 황석영의 살아가는 이야기
    [황석영칼럼] 새인물 새국회를 보고싶다

    드디어 선거가 사흘 앞으로 바짝 당겨졌다. 어느해보다도 변화무쌍한 일이 많이 벌어져서 시끌법석하고 혼란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사회가 개방되고 민주화해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부딪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달리 보면 낡은 시대의 잔재가 서서히 청산되고 있는 이행기라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겠다.

    총선시민연대가 구성 되고나서 공천 부적격자자의 명단이 발표되고 낙천운동이 시작되자 공동정권의 여당은 결별하고 일부에서는 시민단체 구성원들을 일컬어 `홍위병'이니 `그들의 사상 및 전력을 검증'하라느니 시끄러웠다. 그리고 사회 분위기는 우려했던 대로 뿌리깊은 지역주의로 쏠렸고 공천은 인물주의라기보다는 금권과 당권에 의한 비민주적인 정당 운영으로 밀실공천이 됐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시민단체의 공천 반대는 거의 무시됐으며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느낌마저 주었다. 총선연대의 발표가 전략적으로 미숙했다거나 선정이 다분히 비정치적이고 대의명분에 치우쳤다는 시정의 뒷말은 이들의 운동이 순수하다는 점을 역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30여년 동안의 군사독재 기간에 여러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왔다. 마라톤을 뛰는 군중의 모습에서 보듯이 먼저 급히 나가는 사람, 침착하게 뒤에 처진 채로 출발하는 사람, 주위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리를 지어 뛰는 사람, 자주 쉬는 사람, 끈질기게 같은 보조로 뛰는 사람 등이 있다. 내가 아는 한 시민단체의 집행부에 든 이들은 온건하고 느린 걸음이었지만 동료들이 궤도 밖으로 떨어져 나가거나 급히 나가다가 지치거나 달리는 차에 편승하는 동안에 한눈 팔지않고 같은 걸음으로 꾸준히 제 자리를 지켜온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사상을 검증하고 말 것도 없이 급박한 시절에는 그들의 설자리가 답답할 정도로 온건하고 개량적이었다. 검증을 주장하는 이들의 표현을 빌려서 그들은 자유민주주의적으로 실천을 해오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념이나 민중운동을 하는 축에서도 그런 대중성과 탄력을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적 지도자는 어딘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뛰어난 자질을 가졌거나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민주적 사회의 지도자는 평범한 우리들 가운데 한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의 특성이란 피지도자가 가지는 욕구가 지도자에게 확대 투영된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일수록 피지도자와의 거리를 벌리려고 하며 이는 부패와 특권으로 유지된다.

    현재 후보자의 전과 기록이 공개되어 막바지 소란이 일어나고 있다. 전과란 법률 용어가 아니라 사회적 관용어라고 하는데, 실상 문명국가에서는 인권 침해가 되므로 수사와 신원확인의 사유가 아니면 비공개가 원칙이며 일정 기간 뒤에는 말소하는 실효제도를 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낡은 시대와의 결별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신분에 맞는 책임'을 요구하고 후보자의 도덕성을 판가름한다는 의미에서 전과 기록을 공개하는 것같다. 이는 사회적으로 피차에 무리한 일이 아닌가. 스스로 알아서 사퇴하면 모양도 좋을 것을.

    파렴치범과 정치범을 구분해야 한다는 데는 일단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전자가 개인적 욕구에 의해 염치심과 도덕심이 부정된 범법행위를 하였다면 후자는 비합법이라고 규정된 목적과 수단에 의한 정치적 행위로 인하여 처벌된 경우를 말한다. 정치적 신념에 의한 정치범을 다른 말로 확신범이라고도 한다. 정치범은 그 나라에서는 범인으로 취급 되지만 정견이 다른 나라에서는 죄가 되지 않으므로 `망명'과 `정치범 불인도의 원칙'이 국제법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 그 떳떳한 증거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시는 정치범을 만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새롭고 양심적인 인물이 등장한 새 국회, 돈도 없고 경력도 보잘 것 없지만 가난한 이웃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하겠다는 진보적 정당의 후보가 단 몇 사람이라도 진출한 새 시대의 국회를 보고싶은 게 나만의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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