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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06(목) 19:02

‘모피아’ 개혁을 주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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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경부관료 출신 ‘모피아’ 금융기관장 독식도 도마위
  • 통합거래소 ‘3대의혹’ 꼬리단채 원점회귀

  • 눈 밝은 이는 2004년 마지막날 신문 한 귀퉁이에 난 조그만 인사 기사에 눈길이 갔을 듯싶다. 한 번의 예외 없이 ‘모피아’ 차지였던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모피아 아닌 인사가 내정됐다. 순간, 세상 정말 변한 건가 했지만, 계속 읽다 보니 ‘이번엔 진짜 어쩔 수 없었겠구나’ 싶었다. 그에 앞선 몇몇 자리를 특정 지역 모피아가 차지한 뒤여서, 하필 출신 지역까지 같은 또다른 모피아를 임명하는 건 너무 무리였겠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놀라운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제비 한마리’가 봄은 아니다. 모피아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모피아는 재정경제부의 로마자 약자(MoFE)에 마피아를 합성한 곁말(은어)이다. 재경부 관료나 퇴직자, 옛 재무부 출신들을 아우른다. 한국 경제, 특히 금융 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을 하필이면 마피아에 비유했을까? 배타적 조직 이기주의와, 그 ‘의리’가 범상찮다는 뜻일 게다. 그들은 선후배가 똘똘 뭉쳐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 국책은행이나 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기관, 그것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포함해, 온갖 종류의 금융 관련 협회장·감사·이사 자리를 싹쓸이한다. 선배는 현직 후배 차례가 되면, 그 자리를 고스란히 물려주고 다른 ‘임지’로 이동한다. 기본이 세 ‘텀’(보통 3년)이어서, 퇴직 후에도 9년씩이나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것이다.

    일 년 전쯤이다. 금융감독위원회 한 간부가 기자들 몇몇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대낮 회식을 했다. 소주 한잔을 걸쳐 불콰해진 그는 대뜸 “○○○ 형님한테 가자”고 제안했다. ○○○ 은행장은 선배 모피아다. 일행은 예고도 없이 은행장실에 들이닥쳤지만, 선배는 웃으며 양주를 내왔다. 바로 그 은행장 집무실에서 주거니 받거니 웃음꽃을 피웠다.

    선후배의 정겨운 사교이지만,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금감위가 뭘하는 곳인가.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곳이다. 재경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로 그 금감위 혹은 재경부 간부가, 감시 대상인 은행장과 ‘형님 아우’ 하면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물러난 한 장관은 사석에서 “외환위기는 모피아 때문에 일어났다. 정책 당국과 금융시장과 감독관이 같은 인맥과 같은 사고와 같은 이해를 가진 집단에 장악된 상태에서, 누가 시스템의 위험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었겠는가”고 단언한다.

    그들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하면,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웃다가, 신용불량자 문제에는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한다”며 담넘어 간다.

    카드빚에 내몰려 젊은 여성이 유흥가를 돌고, 멀쩡한 직장인이 강도로 돌변하고, 40대 가장이 한많은 세상을 떠나는, 이 통탄할 상황이 재치문답 소재일까. 식당이 솥단지를 던져버리는 지경인데도, ‘경제는 내가 책임진다’는 이헌재 부총리와 그의 사단은 도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나. ‘좌파적인’ 대통령과 386측근 탓인가?

    오죽했으면 어느 금통위원이 “모피아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낙하산에만 관심이 있다”며 “도대체, 재경부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을까.

    그들은 공모제도를 통해 능력으로 산하기관에 입성했고, ‘나와바리’(관할구역) 몇 자리를 지난해 내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말이 공모지, 눈치없이 지원했다간 ‘사오정’ 된다는 걸 알 만한 사람 다 안다. 청와대가 견제에 나섰지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듯싶다. 정권은 유한하고, 모피아는 영원하다. 수십년 금융을 장악해 온 모피아의 인맥은 넓고 깊다. 그들과 후생복리를 같이해 온 ‘특정인맥 민간인’들까지 합친 ‘범모피아’는 요소요소에 모세혈관처럼 뿌리내려, 정권의 ‘무능’을 비웃는다.

    “재경부 분들은 위아래를 막론하고 마음을 맑게 하고, 지금이라도 국민경제를 생각하기 바란다”는 한 금통위원의 충고는, 차라리 순진하다. 경제 살리기가 화두다. 바로 지금, 전면적인 개혁에 나설 때다.

    김정곤 사회부 차장 kk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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