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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30(목) 20:48

17대국회 오해와 진실


‘정치개혁’의 사명을 띠고 출범한 17대 국회가 첫해를 넘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및 직무정지의 와중에 치러진 4·15 총선 결과 구성된 17대 국회는 여러 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299명 가운데 초선 의원이 188명(63%)을 차지해 확실한 ‘물갈이’가 됐고, 민주노동당 10명 당선으로 사상 초유의 진보정당 원내 진출이 이뤄졌다. 여성 국회의원 39명이 탄생했고, 40살 미만의 ‘청년’ 23명이 ‘의원님’이 됐다. 많은 유권자들이 17대 국회에 기대를 걸었다. 국회가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을 염원했다.

하지만 17대 국회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입법부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토론과 타협은 간데없고, 동료의원을 간첩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개그 수준의 몸싸움과 ‘막말’만 난무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그런 면이 있긴 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정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15.8%,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80.8%로 나왔다. 1년 전의 29.4% 대 66.0%에 비해 훨씬 여론이 악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7대 국회에 못마땅한 몇몇 언론은 의원들을 ‘386’이니 ‘운동권’이니 하는 말로 포장해, 철부지 이상주의자들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자들로 묘사하고 있다. 명분과 원칙만을 내세워 고집을 부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한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운동권 계보에 따라 지시와 복종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가 정치 혐오, 17대 국회와 의원들에 대한 냉소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17대 국회의원들의 실제 모습은 좀 다르다.

17대 국회의원들은 이전과 비교할 때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긴 하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폼’을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얼핏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덕목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들을 특권층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바닥부터 경선을 거쳐 올라온 탓인지 유권자들과 당원들을 무서워한다. 공복 의식을 갖고 있다.

둘째, 이들은 사고방식이 합리적이다. 의원이 되기 전에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염치가 있다. 부끄러워할 줄 알고 반성할 줄도 안다.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성실하다. 몇몇 튀는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워낙 신인들이 많다 보니 그런 사람들도 일부 섞여 들었을 뿐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셋째, 현실적이고 타협할 줄도 안다. 정치적 대립각은 대개 당 지도부가 세우는 것이지 의원들 개개인은 토론과 협상, 타협에 능하다. 문화관광위원회는 ‘4대 법안’ 가운데 하나인 신문법 관련 쟁점을 4인 대표회담에 넘겼다가 해결되지 않자 다시 상임위에서 절충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냈다. 과거사법도 타협을 이루어냈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넷째, 돈을 받지 않는다. 신고포상제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탓도 있겠지만, 품성들이 대체로 청렴한 탓이다. 현역 의원들에게 대출해주는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 모양인데, 한도가 차서 곤란을 겪는 의원들이 꽤 여럿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 정도면 꽤 괜찮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망하는 것은 이르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정치인은 각 부문의 이해를 절충하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가 있다면 각 정당 지도부의 지도력이 약해 국회 전체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도 머지않아 해답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17대 국회에 대한 실망이 큰 것은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17대 국회는 이번에 첫 정기국회를 치렀을 뿐이다. 내년에는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성한용 정치부장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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