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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9(목) 19:33

조선 · 동아의 ‘뉴라이트’ 사업


요즘 신문들은 전날 공안기관들이 하던 일도 하는 모양이다. 공안기관이 하던 일들의 하나는 전향 공작이었다. 체제나 정권에 저항하던 인사들을 회유나 강압으로 전향시켜 그들이 몸담았던 세력이나 조직을 비난하는 관제 반공투사로 내세우는 것이다. 생뚱맞게 요즘 일부 신문들이 그 일에 열심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요즘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키워주는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새로운 우익이란 뜻에서 드러나듯 뉴라이트 운동이라면 우선 기존의 ‘올드라이트’와 구별되는 새로운 우익적 가치지향을 선보여야 한다. 그런데 조선과 동아의 지면에서 활약하는 뉴라이트들은 ‘노무현 정부는 좌파고, 386세대들은 빨갱이’라고만 목소리를 높인다.

이 신문들이 뉴라이트의 대표선수로 치켜세우는 ‘자유주의연대’라는 집단이 특히 열심이다. 이들은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주사파로 ‘활약’하다가 공안기관에 검거당한 뒤 전향한 이들이 주축이다. 그들은 이런 전력을 근거로 내세우며 노무현 정부와 386들을 낙인찍고 있다. 곧 ‘우리가 옛날에 주사파로 활약해서 잘 아는데 과거 학생 운동권의 다수는 주사파였고, 요즘 정권에 진출한 386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말고 별게 없는 것이다. 시장경제, 자유주의, 글로벌 경제 등 수사는 많으나, 정작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쟁점의 처방에 대해서 낡은 우익들과 별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우리 사회 낡은 우익들의 특징인 ‘반공’과 ‘반북’에서 더욱 강경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들을 ‘새로운 우익’이란 뜻의 뉴라이트(new right)라기보다는 올드라이트를 위한 ‘새로운 빛’인 뉴라이트’(new light)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하겠다. 올드라이트의 본산인 조선과 동아가 뉴라이트를 애지중지하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뉴라이트라면 올드라이트들과 대별되는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노선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올드라이트의 본산인 조선과 동아에 기념사진이나 올리면서 그 지면에서만 뛰어놀고 있다. 반대진영에 대한 투쟁보다는 같은 진영 안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투쟁이 급선무라는 운동의 원칙도 잊었다는 말인가. 오죽하면 뉴라이트 사업에서는 한발을 뺀 조·중·동의 일원인 〈중앙일보〉에서도 이런 ‘끌탕’이 나왔다.

“요즘 뉴라이트 운동에 대한 일부 언론의 편애가 눈길을 끈다. 봐주기가 정말 이례적이어서 마치 자사 사업을 홍보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언론이 이 운동을 죽이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그런 과도한 조명은 언론 스스로 삼가야 한다. … 운동은 맞으며 크는 것이지 은혜 입어 크는 것이 아니다.”(〈중앙일보〉 12월6일치 ‘중앙시평’)

나는 한국 우익들의 대책 없는 복고벽에 절망해 왔다. 한국에서 우익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80년대 말부터 화려한 부활을 꿈꿔왔다. 그 첫 시도가 80년대 말~90년대 초의 푸닥거리형 비분강개 전략이다. ‘한국 우익은 죽었는가’란 구호를 내걸고 우익을 살려내자고 외쳐댔다.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비분강개로 끝났다. 두번째 시도가 90년대 중반 ‘박정희 살려내기’다. ‘박정희 때가 좋았다’란 얘긴데 죽은 박정희가 한국의 우익을 지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번째가 올해 들어 벌어지는 ‘원로들의 우익화’ 전략이다. 그러나 ‘원로 우익’들이 너무 나가버리는 바람에 ‘수구 꼴통’들의 집회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복고 전략에 대한 반성 위에서 요즘 뉴라이트 운동이 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그 대표선수들을 고작 주사파 전향분자들로 채우고, 한국 올드라이트들의 특징이던 ‘반공’ ‘반북’ 성향만 증폭시켰다. 한국의 우익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없단 말인가. 이 대목에서 나는 한국 우익의 뿌리 없음에 또 절망한다.

오동잎 한 잎으로도 천하의 가을을 알 수도 있지만,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그 제비가 조선과 동아라는 ‘인큐베이터’에서 강제로 부화된 것이라면, 한국의 우익에게 새봄은 먼 것이다.

정의길 사회부 차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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