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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30(화) 20:18

스스로 무덤을 판 신문산업


‘신문동네’가 심상찮다. 마침내(?) 어떤 회사는 도산했고 어떤 회사는 인원 줄이기에 들어갔다.

위기는 주된 수입원인 광고 물량 축소로 드러난다. 모든 신문사들의 사정은 비슷하여 전년 대비 60~70%에 불과하다. ‘아랫목 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온나라 경제가 불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비단 불황 탓일까.

신문들은 끊임없이 영역을 잃어왔다. 시대에 따라 열리는 새로운 분야 쪽은 발빠른 전문지 혹은 잡지가 떼어갔다. 신문은 전문지식을 주지 못할뿐더러 그것을 기대하는 독자도 없다. 또 분화하고 융합하는 분야들, 또는 틈새영역은 눈 밝은 특수 전문지들의 영역이다. 신문이 전문기자제를 채택한 것은 불과 몇 해 전이다. 그나마 성공한 사례는 손을 꼽는다.

신문은 속보 경쟁력도 잃었다. 하루 한차례 내는 것으로는 텔레비전을 따라갈 수 없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뉴스전문 텔레비전을 본다. 호외를 낸 지 오래고, 내 봤자 재미도 못 본다. 잃은 속도를 보완할 방법은 깊이일 터이나 피디 저널리즘에 못미친다.

인터넷이 더불며 양의 빈약함도 두드러졌다. 섹션에다 증면을 해도 인터넷과는 경쟁이 안 된다. 힘들여 생산한 콘텐츠를 헐값에 넘겨 포털업체의 분량을 불려주는 신문사의 무신경은 거의 무뇌아 수준이다.

텔레비전이 지상파에 이어 케이블, 위성방송, 디엠비, 나아가 통신과의 융합을 통해 영역을 자꾸 넓히고 인터넷이 문자, 사진에 소리와 동영상을 추가하는 동안 신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셈이다.

결정적인 것은 돈을 잃은 것이다. 너나없이 공짜로 신문을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 자전거, 비데, 전화기를 주었다. 심지어는 찍은 신문을 포장도 풀지 않고 폐지로 버리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미루어 신문은 더는 상품이 아니다. 이 틈에 등장한 것이 진짜 ‘공짜신문’이다.

신문이 얻은 게 있다면 독자의 불신이다. 신뢰도는 최악이다.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신문업계의 공멸 위기에 빠진 것이다. 졸아든 시장에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신문에 광고주가 붙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런 진흙탕 싸움판에 한 주간신문이 눈에 띈다. 전두환씨의 숨겨진 재산을 몇해째 찾아온 이 신문이 최근에는 시공사 건물 옆길이 전씨 땅임을 밝혀냈다. 이 기사는 다른 신문·방송이 모두 받아썼다. 가장 큰 장점은 탐사보도일 터이다.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그게 아니다. 일주일마다 가판량으로써 독자의 심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판매량의 변화로 기사 아이템과 기사 작성방식, 제목달기 등을 평가하고 다음 호 제작에 이를 반영한다고 한다.

텔레비전 방송들은 전날치 시청률을 아침회의 자료로 올린다. 어떤 병증이 발견될 경우 그 원인과 대책을 찾아 프로그램을 보완한다. 1960~70년대부터 이를 도입하여 품질관리를 해온 누적효과는 현금 신문의 상대적인 지체를 설명한다. 신문동네에도 시청률의 짝퉁인 열독률 조사라는 게 있기는 하다. 이는 부정기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조사해 보는 것일 뿐, 기사꼭지별, 기자별 조사는 엄두를 못 낸다.

최근 독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의 〈마인 포스트〉라는 지방지에서 시청률과 비슷한 독자조사를 했다. 독자가 읽는 기사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을 전자펜으로 표시를 하면 이 자료가 중앙컴퓨터로 전송된다는 것. 이로써 어느 기사가 누구에 의해 얼마나 읽히는지 정확히 수치화된다.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편집 혁신을 거쳐 열독률을 1.5%포인트 끌어올렸다.

참고로 이들이 알게 된 비밀정보 몇 가지.

전날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화제기사에 독자들 역시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밝은 뉴스가 많이 읽힌다. 제목과 삽화가 기사와 상응하지 않을 경우 독자들은 곧 흥미를 잃는다. 기사 들머리가 좋아야 한다. 사진이나 그래픽이 있는 기사가 텍스트만 있는 것보다 매력적이다. 멋있으나 모호한 제목보다는 정확한 제목을 선호한다.

제살깎기의 폭력적이고 맹목적인 부수확장에 열올리기보다 한번 과학적으로 접근해 콘텐츠로 겨뤄 보지 않겠는가. 신문사들도 제조업답게 품질관리 한번 해 보자. 임종업 여론매체부장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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