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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5(화) 21:03

저금리 우상을 내던져라


△ 김병수 논설위원

금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얼마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켜졌다. 물론 정책 당국자들은 요지부동이다.

금리가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건 주로 투자와 소비를 통해서다. 금리를 낮추면 투자가 활성화하고 소비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다는 쪽이다. 그런데 이론이 현실에 늘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경제 여건에 따라서는 이론이 전제로 하는 조건이나 가정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요즘 우리 경제에서 금리가 끼치는 효과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초저금리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지만 투자나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저금리가 경기를 살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데 공감하는 쪽이 다수일 정도로 분위기도 변했다. 학자들은 물론,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 쪽도 인정한다.

반면에 이자가 싼 돈이 넘치니 부동산 시장이 부풀어졌다.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땅값도 각종 개발정책과 맞물리며 크게 올랐다. 거품 경고론에도 상승세는 여전하다. 돈이 풀리면 시차를 두고 자산 가격이 오른다는 건 한은 분석에서도 나온 결론인데, 이건 딱 들어맞고 있다. 금리를 잔뜩 내려놨는데, 경기는 이론대로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은 과거 사례처럼 치솟는 형국이다.

잘못됐으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저금리가 현재 경제 여건에 맞는 정책인지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우상 숭배하듯 저금리를 고집해선 곤란하다. 경제 여건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지는 게 옳다. 지금은 저금리가 투자나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고 있거나 오히려 부정적이 됐다면, 저금리 우상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투자 쪽을 보자. 저금리로 투자비 조달 비용은 줄었다. 하지만 땅값이 잔뜩 올랐다. 땅값이 올라 공장 짓는 데 투자비가 훨씬 더 들게 됐다. 기업 처지에서는 투자 여건이 더 나빠졌을 수 있다. 있는 공장도 걷어치우고 집이나 짓자는 소리도 들린다. 소비 쪽은 어떨까? 금리를 낮추면 가계 등의 이자 부담이 주는데다 저축할 동기가 줄어 소비가 늘어난다는 게 이론상 기대하는 효과다. 그런데 부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노후 설계를 했던 장년층은 금리가 낮아져 함부로 소비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의 소비성향은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대폭 늘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져가고 있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올해 1분기까지를 보면, 가계부문의 금융자산은 36% 느는 데 그쳤지만 부채는 74%나 늘어났다. 거기다가 집값 급등으로 내집 마련을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모아야 하게 됐다. 쓸 돈이 더 없어진 셈이다. 통계로 봐도 소비 진작 기대는 빗나간 게 분명해 보인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만 나오면 정책 당국자들은 손사래부터 친다. 경기 회복이 물건너 간다고 말한다.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해도, 반대로 올릴 때는 충격을 준다는 설명도 한다. 그러나 검증된 논리는 아니다. 이들이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에 큰 차질을 줄 것으로 믿어서라기보다는, 혹시 그리 되면 어떡하냐는 면피적 불안감 탓으로 보인다. 말로는 경기를 좀 희생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다른 주판알이 튀겨지고 있는 듯하다. 경기 희생은 조금도 감수할 생각이 없고, 재임 중에는 부동산 거품이 꺼져서도 안 된다는 게 아닌지?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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