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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31(월) 15:43

진보와 ‘민중 딴따라’


먼저 고백할 게 있다. 욕을 좀 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언제부턴지 나는 내로라하는 우리 사회의 진보 혹은 좌파 지식인들의 글을 읽지 않는다. 더러 눈길이 가기도 하지만, 왈칵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 어떨 때는 속이 좀 메스껍기도 하고, 심지어 부아가 치미는 경우도 있다. 한 이삼년 된 것 같은데, 요즘도 영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런 증상을 스스로 앓고 있다는 걸 잘 몰랐다. 느끼기야 했겠지만, 그냥 심드렁하게 지내온 성 싶다. 그러다 진보적 정론지를 표방하는 신문에 사설을 쓰기 시작하다 보니, 별로 좋을 리 없는 이런 증상에 슬그머니 자각이 생긴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런가. 멀리하는 것까지야 그렇다치고, 왜 남의 글에 심사가 뒤틀리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면서 스스로를 돌이켜 본다.

나는 속된말로 ‘민중 딴따라’ 출신이다. ‘민중 딴따라’라고 하면 잘 못 알아 듣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970~80년대, 이른바 민중문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자신을 이렇게 불렀다. 문화운동가, 문화활동가라는 말도 썼는데, 왠지 폼 잡는 것 같아 그냥 이렇게 불렀다. 민중 딴따라! 그들은 연극도 하고, 풍물도 치고, 마당극도 하고, 노래도 직접 만들어 불렀다. 소형 영화를 찍기도 했고, 판화나 만화도 그려냈다. 집회를 앞두고는 민중화가 강병수씨와 함께 밤새 큰 걸개그림을 제작했다. 돌이켜 보면 이들 딴따라는 삶의 현장, 싸움의 한복판을 떠난 적이 없었다. 현장을 떠나면 삶의 눈물을 만날 수 없고, 싸움판을 벗어나면 분노의 감성과 멀어지는 까닭이었다. 눈물과 분노를 몸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문화’로 되어나오지 않았다. 민중 딴따라들은 그래서 늘 말보다 몸이 먼저였고, 더운 가슴이 차가운 머리에 앞섰다. 지금도 더러 남아 있는 민중문화 운동의 낡은 유산들, 이를테면 당시의 민중가요와 마당극, 판화를 비롯한 여러 그림들에 눈물과 분노와 격정과 사랑, 요컨대 사람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몸뚱아리의 추억은 머리의 기억보다 한결 오래 가는 모양이다. 능력이 모자라 ‘잘사는 쪽’으로 발돋움을 못한지는 모르겠지만, 옛적 민중 딴따라들이 지난날의 삶과 크게 어긋나게 살고 있다는 말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몸의 추억을 거부한 채 남 위에 올라앉아 호의호식한다는 얘기는 더더욱 없다. 삶의 현장과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묶어놓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딴따라들의 원초적 생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까, 내 증상이 어디서 오는지, 어렴풋이 다가온다.

따지고 보면, 내가 진보 논객들의 글 자체를 멀리했던 건 아니다. 글 자체보다 글이 풍기는, 때론 앙상하고, 더러는 강퍅한, 그런 분위기가 싫다. 나는 그들, 특히 젊은 논객들의 글에 삶의 냄새가 묻어나지 않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때로는 사람살이의 너른 지평은 뒷전이고, 팍팍한 산수식 논리가 전면에 흐르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인다. 역시 딴따라 출신인 탓인지, 눈물이 없는 메마른 이론, 감정이 너무 절제된 창백한 논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머리는 진보의 적을 정조준하면서도, 과녁을 보는 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논객은 논객으로서의 엄정한 과학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고도로 정제된 치밀한 이론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 잘살게 하자는 과학이고, 사회를 바꾸고 진보시키자는 이론일 터이다. 아무리 엄밀성을 요구하는 과학이고 이론이라지만,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것이라면, 사람 냄새가 깃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진보의 내용도 따라서 변하고 있다. 여성과 장애자, 동성애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진보진영의 넓어진 관심은 이를 뒷받침한다. 전환기에는 늘 그렇듯, 정작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무언지도 챙겨볼 일이다. 당대 사람의 삶의 현장에 뿌리내리고, 여기에서 사회 변화의 힘과 방향을 얻어낸다는 진보의 본디뜻이 그것이다. 아직도 민중 딴따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지난 세밑에 들었던 한 언론계 선배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눈물이 메마른 땅에 진보의 꽃은 피지 않는다.”

김영철 논설위원 yc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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