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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31(금) 18:31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요즘 대학 졸업생을 둔 부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바늘귀보다 좁은 ‘취업의 문’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구직자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일손이 모자라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나가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사농공상’의 귀천의식과 ‘어렵고 힘든 일을 꺼리는’ 잘못된 직업관에 비롯된 바 크다.

노동은 인간이 사회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6대 도시의 제조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의식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생계가 해결되어도 일을 하겠다’는 응답이 80.1%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생계수단으로 직업을 선택하던 방식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의식구조의 변화로 미루어 볼 때, 일터의 작업환경은 구직자의 직업선택에 있어 그 어떤 조건보다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에서도 이 점을 인식하여 2001년 10월부터 중소기업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클린사업을 펴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사업장으로 인정된 사업장은 재해 감소, 구인난 해소, 이직율 감소 등 근로자의 만족도와 고용증가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세계 최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기업은 중소 하청업체에 자금이나 기술을 지원하여 좋은 중간재를 만들고 이를 통한 무결점의 최상급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모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업계의 자율적인 협력관계를 중시하고 정부개입을 꺼리는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중소기업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업체당 적게는 2만5천유로, 많게는 19만유로까지를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얼마 전 스페인 출장길에 만난 유럽연합 산업안전보건청장은 중소기업 재해예방 자금지원사업이 산재 예방효과 이외에 고용증대라는 순기능 때문에 유럽연합 의회는 물론 노동계, 경영계 모두가 아무런 비판 없이 지원하고 있으며, 이 사업이 가장 인기있는 대표사업이라는 설명은 중소기업의 공동화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업률 증가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개인적으로 인격파산을 몰고 오는 무서운 사회문제다. 그래서 유럽연합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인, 관료의 최고 덕목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꼽을 정도이다. 그러나 많은 일자리를 한꺼번에 만드는 것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현대 경영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어려운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푸는 방법은 거창한 청사진이나 캠페인성 구호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하여 미미한 곳에서부터 틈새를 찾아 티끌을 모은다는 생각과 함께 대기업이나 사무직만을 선호하는 풍조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안전하고 깨끗한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생각과 함께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각종 사업과 대기업이 준비 중인 투자계획들을 조기에 집행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모인다면 취업난으로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는 대학졸업생이나 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활력과 생기가 넘쳐날 것이다.

김용달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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