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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28(화) 19:34

‘개혁 난국’ 타개 해법


해방 이후 지금까지 거의 한번도 본격적으로 제기된 적이 없었던,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입법 문제가, 하필 왜 현 정부에 와서 심각한 정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가?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현재 과도기 상태다. 말하자면 ‘반통일적 권위주의 시대’에서 ‘통일 지향적 민주화 시대’로 이행해가는 와중에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새로운 시대정신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꿈틀거리는 실정이다. 수구세력은 마치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절규하고 있고, 신진세력은 갈피를 잡지 못해 ‘지리멸렬’하듯이 좌충우돌하는 형국이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냉전과 세계화가 공존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4대 입법 대부분은 모두 불행했던 20세기 후반기, 즉 반통일적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그런 와중에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어 6·15 공동선언이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민족 문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면서, 평화통일 지향적 세계관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김영삼 및 김대중 정권은 군사독재정권과의 야합(3당합당)이나, 쿠데타의 핵심 정치세력(김종필)과의 연합에 의해 성립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군사독재세력과의 야합이나 연합 없이 등장한 노무현 정권에게, 바로 새로운 통일지향적 민주화 시대를 이끌어나갈 역사적 사명이 부과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의 정신과는 부합할 수 없는 4대 개혁입법의 대상들은 필히 청산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왜냐하면 반통일적 권위주의 시대에 맞춰 조성된 상황이나 법률로써, 새로운 통일지향적 민주화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여권은 ‘갈팡질팡’ ‘냉탕온탕’ ‘오락가락’ ‘두루뭉실’ 정치를 펼쳐나가고 있다. 요컨대 여권은 스스로 ‘차근차근론’을 꺼내야 할 만큼 개혁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개혁작업을 혼돈에 빠뜨렸다. 집권세력은 지금 ‘개혁의 실패’를 넘어, 개혁의 대의와 정당성 그 자체까지 손상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 속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3개의 난국 타개 전략을 제시한다.

1. 나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안의 하나로 거국내각 구성을 충심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는 인간 장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편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적을 극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다. 그러나 여당은 예컨대 ‘안개모’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내부적 결속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채,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현 여권의 거의 유일한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극약처방이 요구되는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4대 개혁입법 문제와 직결시켜, 거국내각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대단히 바람직하다. 현재 개혁세력의 총체적인 결속과 단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2.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배치된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와 보안법은 양립할 수 없다. 보안법은 폐지가 안 되면 차라리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단순히 ‘개정’ 정도로 그치게 되면, 그 새 법이 계속 위력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줄곧 새로운 문제만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3. 우리의 일상용어 가운데, 우리 국민 모두의 일반적인 생활정서에 속속들이 파고든 ‘범 민족적인’ 어휘가 둘 있다. 그것은 바로 ‘일망타진’과 ‘속전속결’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일망타진하지 않고서는 직성을 풀지 못하는 딱한 존재인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민생문제를 개혁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라도, 특히 4대 개혁법안을 속전속결로 일망타진하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보법 폐지는 개혁의 최우선 순위다. 사회적 모순과 비리를 속전속결로 일망타진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장래는 얼마나 밝게 빛날 것인가.

박호성/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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