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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21(화) 20:25

군 검찰 집단 사표, 항명 아니다


군 진급 철만 되면 잡음이 끊이지 않아 군의 이미지가 적잖게 손상되곤 했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어느 때보다도 크게 불거진 나머지, 우리나라 장성들 모두가 부정한 방법으로 진급한 것 아니냐고 힐난하는 사람들마저 적지 않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분명 있을 터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결과적 현상만 놓고 조사하여 엄벌에 처한다며 법석을 피우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덮어두곤 했다.

이번에는 군 검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기에, 진급 관련 문제의 본질을 파헤쳐 근본적인 개혁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군 검찰 조사에 대해 육군은 처음부터 고압적이고 비협조적이었다. 비리 혐의 관련자를 구속하는 등 수사를 본격 진행하자 참모총장이 이에 반발하여 사표를 냈다가 반려되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군 검찰과 육군의 엇박자가 계속되자 국군 통수권자가 한마디 해야할 정도에 이르렀다. 급기야 군 검찰이 피의자를 부르기도 힘든 상황에서는 도저히 정상적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전원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군 검찰이 육군본부 관계 부서를 압수 수색할 당시부터 일부 언론은 무슨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라도 침범한 것처럼 ‘창군이래 처음’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설마 이런 수구 언론의 말장난에 현혹되어 ‘누가 감히 육군을!’ 따위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진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육군은 육군본부 간부들이나 장군들만의 육군이 아니다. 국민의 육군, 국군의 육군, 육군 장병 모두의 육군이다. 군사 정권 시대에 형성되어 뿌리가 깊어진 군내 반(反)문민적 권위주의 문화의 개혁이 시급함을 절감한다.

군의 직업 간부들의 일차적 관심이 진급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간부가 승진하느냐에 따라 군의 미래가 좌우됨도 물론이다. 때문에 장성 진급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이야말로 군 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마땅하다.

개혁은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기존 제도에서 편리와 실리를 누려온 기득권 실무자들은 아예 문제 자체를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저 ‘문제 없습니다. 잘되고 있습니다’를 반복한다. 원칙에 충실하며 청렴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지휘관일수록, 이런 부하들의 보고에 의지하여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 운영상의 문제다’라며 기존 제도를 고수하려들기 쉽다. 그러나 그 원칙이란 것이 극히 수구적 낡은 내용일 수 있으며 지휘관 자신의 개인적 청렴함이 조직원 전체의 청렴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현 장성 진급 제도의 결정적 결함은 5·6공 독재 권력이 하나회 장교들을 진급시키기 편리하도록 만든 제도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회 대신에 진급 관련 조직선상에 몇몇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윗사람과 의기투합하여 얼마든지 사전에 진급여부를 조정 결정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나는 군 검찰이 바로 그런 잘못된 제도의 핵심부분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다가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도중하차했다고 본다. 그들의 행위는 결코 항명이 아니다. 제도의 부조리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자 불가피하게 택한 의로운 결단이다. 새로운 군 검찰 수사진은 전임자들의 이런 충정어린 개혁의 의지를 헛되이 하지 말라! 국방부와 군 당국은 군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라! 그 결과를 토대로 군 인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 군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두터워질 것이고, 우리 군의 사기는 드높아질 것이다.

표명열/군사평론가·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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