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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21(화) 19:00

로또 수능, 로또 입시


대학수능시험 성적이 원점수 없이 표준점수로 발표되었다. 난이도를 사후 조정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표준점수로의 변환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동네 아주머니가 묻는다. “입시 전문가들이 표준점수제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많이 맞히면 유리하다던데요?” 글쎄 어떤 의미였을까? 같은 과목에서 쉬운 문제는 남만큼 맞히고 어려운 문제를 남보다 더 맞혔다면, 유리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유치원생도 안다. 같은 과목에서 쉬운 문제를 10점 틀리는 대신, 어려운 문제를 10점 정도 더 맞혔다면, 똑같은 점수를 받게 될 뿐이다. 두 과목 중 쉬운 과목에서는 남만큼 맞히고, 어려운 과목에서 남보다 더 맞히면 유리하다는 것 역시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두 과목 중, 쉬운 과목에서 10점을 잃더라도, 어려운 과목에서 10점을 더 맞히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일까? 원점수라면 총점이 같겠지만, 표준점수에서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것만이 의미 있는 해석일 것이다. 불행히도 그 추론은 틀렸다.

표준점수는 세 단계로 계산된다. (1)개인의 원점수에서 평균을 뺀 차이를 구한다. (2)그 차이를 표준편차로 나누어 개인의 ‘z-점수’를 구한다. (3)그 z-점수에 20을 곱한 값을 기본점수 100점에 더해준다.

마지막 단계는 본질이 아니라, 포장에 해당한다. 그것은 평균 100점, 표준편차 20점으로 조정하는 것과 같다. 이는 주요 과목(언어, 수리, 외국어)의 경우이고, 기타 과목은 평균 50점, 표준편차 10점으로 조정한다. 지능지수(IQ)도 1, 2의 단계를 거치지만, 보통 평균 100점, 표준편차 15점으로 조정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평균점수의 고저에 따른 난이도가 완벽하게 사후조정된다. ‘ㄱ’과목이 어려워서 평균이 60점이고, ‘ㄴ’과목은 쉬워서 평균이 80점이며, 표준편차는 둘 다 10점이라고 하자. 어려운 ‘ㄱ’과목에서 10점을 더 받고, 쉬운 ‘ㄴ’과목에서 10점을 덜 받았다면, z-점수는 +1, -1이 되고, 표준점수는 120점, 80점이 된다. 거꾸로 ‘ㄱ’과목에서 10점 덜 맞고, ‘ㄴ’과목에서 10점을 더 맞았다면, 표준점수는 80점, 120점이 된다. 표준점수의 합계는 똑같이 200점이다. 어려운 과목을 더 맞혔다고 유리할 것도 불리할 것도 없다.

두 번째 단계에서 난이도가 표준편차를 통하여 표준점수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을까? 이를 판단하려면 표준편차를 이해하여야 한다. 표준편차는 대체로 개별 점수와 평균 사이의 평균거리를 말한다. 예컨대, 절반의 학생이 80점을 맞고, 다른 절반의 학생이 60점을 맞았다면, 평균은 70점이 된다. 이 경우, 원점수와 평균과의 평균거리는 10점이고, 그것이 표준편차다. 이것이 새로운 잣대가 되어, z-점수는 이 표준잣대를 단위로 평균과의 차이를 재는 셈이다.

난이도는 변동폭을 통하여 표준잣대에 영향을 준다. 문제가 아주 쉬워서 원점수 평균이 100점에 가깝다면, 변동폭과 표준잣대는 작아지게 된다. 평균이 50점 부근일 때, 변동폭과 표준잣대가 가장 커진다. 거꾸로 평균이 0점에 가까워도 변동폭이 작아지겠지만, 평이한 객관식 시험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난이도가 평균 60점과 80점 정도의 비교라면, 어려운 과목의 변동폭이 단연 크고, 표준잣대가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려운 과목에서 얻은 10점은 큰 표준잣대로 재니 작아지게 되고, 쉬운 과목에서 잃은 10점은 작은 표준잣대로 재니 커지게 된다. 결국, 전문가의 말과는 정반대로, 쉬운 문제 대신 어려운 문제를 맞히면 불리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쉬웠던 윤리 과목에서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렸다면, 다른 과목에서 모두 만점을 맞았어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로또 수능’이라고 부를 만하다. 게다가 평가원은 핵심변수인 평균과 표준편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두루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평가원은 불투명이 형평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새해 입시는 평가원의 희망대로 로또 입시가 될 것 같다.

장세진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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