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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12.17(화)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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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 멱살잡힌 나라/ 강준만


“`대통령 만들기’ 고질병 또 도지나”.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 12월4일치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가 고발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불공정 보도 행태는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 왔다. 조중동의 `대통령 만들기' 고질병도 무섭지만, 그 고질병을 묵묵히 인내하는 조중동 독자들의 포용력 또는 둔감증도 무섭다. 조중동과는 정반대되는 정치적 색깔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중동 가운데 하나를 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는 독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이르러선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이라는 거대 괴물도시와 서울대라는 거대 괴물대학이 그 어떤 부작용을 초래해도 무조건 괴물의 품에 안기는 것만이 삶의 법칙으로 통용되는 현실에 비추어 조중동, 아니 조선일보만이라도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민운동을 위해 아낌없는 헌신을 하면서도 조중동에 대해서만큼은 한사코 침묵하면서 그들까지 껴안으려는 시민운동가들의 진심은 과연 무엇일까 언론은 자기 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겸양의 뜻에서 그러는 걸까 그렇다면 정치는 자기 분야라서 개혁을 부르짖는 건가

대학 교수가 조중동을 비판하는 대열에 참여하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이 쏟아진다. “학교 죽일 일 있느냐”는 협박도 감수해야 한다. 모든 교수들이 다 그런 압력을 받는 건 아니지만, 많은 교수들에게 조중동을 비판할 자유가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교수들은 그 스트레스를 정치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걸로 해소한다.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조중동에 멱살잡힌 나라다. 그간 조중동의 완력을 키워준 건 무엇이었던가 그건 바로 정치에 대한 혐오와 증오였다. 한국 정치의 수준은 한국 국민의 수준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수준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할망정 혐오하거나 증오하지는 않는다. 왜 그런데 유독 정치에 대해서만 그렇게 혐오와 증오를 보내는가

조중동의 기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조중동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들과 유착했거나 적어도 그들과 평화공존을 해온 세력이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민주화 이후의 정치에 대해 가혹하게 굴었다. 그래야 자기들의 과거가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박정희 신드롬’이다.

조중동은 정치개혁을 원치 않는다. 정치가 개혁되면 자기들도 범국민적 차원의 개혁 대상이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불공정 보도와 더불어 정치판 이전투구를 부추기면서 정치판에 대해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걸로 자기들의 기득권도 지키면서 장사 밑천을 삼으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건 조중동이 잡은 멱살만큼은 풀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중동 안의 양심적인 기자들이 들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대선에서부터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누구를 찍건 모든 국민이 다 투표를 해야 한다. 이미 투표를 할 결심을 한 사람들이 각자 책임지고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 한 명씩을 투표장에 모시고 가자.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겐 차비라도 마련해주는 `감동 작전’으로 대응하자.

이 나라야 어찌되건 말건 나 하나의 이익(그것도 겨우 투표하는 시간과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아주 작은 이익)을 챙기겠다는 탐욕과 게으름, 또는 `그 놈이 그 놈’이라며 모든 걸 다 경멸하는 극단적인 냉소주의, 이런 것들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판별은 내일 이루어질 것이다. `나 하나쯤 뭐 어때’라는 `노예근성’이나 `얌체 근성’으론 민주주의 안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겐 한국 정치를 욕할 자격이 없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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