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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12.03(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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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신문속 지식인/ 강준만


“지금 대통령 후보들과 참모들의 국정 운영 비전이나 정치적 행태를 볼 때 과연 다음 정권에다 한국의 국정 운영을 믿고 맡길 만한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누구할 것 없이 `한판 붙어볼래’ 하는 전사(戰士)의 표정, 인생 자체를 독불장군으로 살아온 고약한 성격의 인물들로 일관하는 모습에 차라리 절망하고 싶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웃는 후보들의 얼굴에는 국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보다는 권력을 향한 욕심이 도드라져 보이고, 이런 후보들이 대통령이 된들 얼마나 나라를 잘 이끌까 회의만 깊어진다.” “현재의 주요 후보들을 암만 순한 맘으로 들여다봐도 뽑고 싶은 대통령이 없다.”

중앙 일간지들에 실린 여러 정치칼럼의 일부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다 나름대로 내로라 하는 논객들의 주장이다. 그 선의를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문제는 모든 대선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이런 종류의 칼럼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논객들이 보수정치에 대한 염증을 토로하면서 진보정치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문제될 게 전혀 없을 것이나, 이들은 한결같이 보수신문의 색깔에 어울리는 분들이다.

이런 칼럼들은 대부분 결론에 이르러 국민을 높이 치켜 세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국민 수준은 대단히 높은데 대선 후보들이 너무 저질이라는 것이다. 그간 수십여 차례 이루어진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의 완강한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도대체 국민 수준이 뭐가 높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느 교수는 “노무현과 정몽준의 `위장결혼’이 집권으로 이어질 경우를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면서 “가련한 국민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 참 이상한 논리다. 노-정 후보 단일화가 옳건 그르건 그건 국민 다수의 뜻이었으며, 노무현 후보의 경우엔 단일화에 반대하다가 그 뜻에 굴복했다.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려면 `가련한 국민’ 운운할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이면 다냐’고 항변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국민을 동정하거나 국민에게 아첨하는 칼럼들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건 정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공정하지도 않다. 모든 대선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건 지역주의를 타파하기보다는 지역주의에 의존하려는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다. 언론이 앞장서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다 형편없는 사람들이라고 욕해대면 남는 선택 기준은 지역주의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신문은 지식인이 자신의 정치혐오증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쓰기엔 너무 소중하다. 과욕 부리지 말자. 한국 정치의 비극은 지역주의에서 출발한다. 그 누가 당선되건 이번 대선은 지역주의만 극복해도 대성공이다. 그 어떤 당파성을 갖고 있건 모든 언론과 지식인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애써야 한다. 정치혐오증의 발휘는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역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권 내내 외쳐온 정치 구호를 상기하면 된다. 그 구호는 “현 정권이 국가 주요직에서 경상도 사람들의 씨를 말리고 있다”였다. 과연 그랬는가 하는 건 따질 필요도 없다. 그 누가 대통령이 되건 특정 지역 편중 인사와 편중 예산 배정이 일어날 수 없게끔 제도화하면 된다. 모든 대선 후보들로 하여금 그걸 선거공약으로 내걸게끔 압박하고 확실한 이행장치를 강구하고 그걸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지식인의 역할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가련한 국민’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가련한 건 그런 역할을 방기하는 우리 지식인들이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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