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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9.10(화)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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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몰상식/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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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노무현 비판은 계산된 행동”

  • 유시민씨가 최근에 낸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라는 유씨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몰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몰상식이 상식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그 싸움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또 과거 불행한 역사의 상흔을 체내화시킨 한국인들은 `힘의 논리’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상식과 몰상식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힘이 센 쪽의 뒤에 줄을 서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점도 그 싸움의 어려움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조선일보의 몰상식은 자기검증이나 자기성찰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비단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상당수 국민의 지적 능력까지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례 연구로 최근의 <월간조선>을 살펴 보자. 이 잡지는 8월호에 `추적: 버림 받은 엠비시 뉴스’라는 기사에 이어 9월호에 `집중취재:엠비시는 지금…’이라는 기사를 싣고 있다. 언론매체들간 상호 비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월간조선의 이런 시도는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독자들의 지적 능력을 저하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갖춰야 할 최소한의 상식, 아니 일관성일 것이다.

    월간조선이 <문화방송> 뉴스가 버림받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시청률이다. 한국의 모든 언론사들 가운데 방송사들간 시청률 경쟁을 가장 혹독하게 비판해온 언론사가 그런 식으로 누워서 침뱉는 짓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건가

    `집중취재: 엠비시는 지금…’이라는 기사는 문화방송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여수 14연대 반란’ 편에 대한 사상 검증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는 과연 `집중취재’인지 아니면 `집중개그’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몰상식의 극을 치닫고 있다.

    예컨대, 이 기사는 프로그램 속의 증언자가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경찰관을 `놈’이라 부른 걸 문제삼으며 기껏 한다는 말이 “대한민국 공권력 전체를 모욕하는 행위가 아닌가”이다. 이 개그가 이 기사의 전반적인 수준을 웅변해주고 있다.

    월간조선이 매월 저지르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과 인신공격은 조선일보가 예찬해마지 않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같았으면 엄청난 고문을 당하고 사형에 처해질 수준의 공권력 전복행위라는 걸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걸까

    만약 월간조선식으로 이 잡지의 사장이자 편집장인 조갑제씨의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이라는 책에 대한 `사상 검증’을 해보면 어떻게 될까 아마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능할 것이다.

    “조씨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부인 이승만 대통령을 `이승만 독재정권’ `친일경찰의 대부 이승만’ 운운하는 식으로 모독하고 있으며, 북한에선 친일파들을 처단했는데 이승만 독재정권은 정권안보를 위해 정반대로 친일파를 옹호했다는 식으로 사실상 북한을 미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씨는 이적죄로 사형당한 최능진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여순반란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위험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민중’ 운운하면서 민중사관의 일단마저 드러내 보이고 있어 이만저만 염려되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여, 정녕 이런 사태를 원하는가 누워서 침을 뱉는 것도 정도 문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민의 지적 수준을 저하시키는 자해 행위는 삼가면서 싸우자. 제발 앉은 자리에서 거저 먹을 생각하지 말고 발로 뛰면서 기사 좀 써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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