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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6.18(화)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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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저널리즘의 개혁/ 강준만


“6·13 지방선거는 고상하게 말하면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심판’이요, 거칠게 말하면 대통령 아들 비리에 대한 대중적 분풀이였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의 진단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유씨가 거칠게 말한 게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본디 분풀이라는 게 적정한 수위 조절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유권자들이 미리 의논하고서 표를 던지는 것도 아닌 만큼 분풀이는 과잉으로 치닫기 십상이고, 6·13 지방선거는 그걸 잘 보여 주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3자로서의 관전평일 뿐이고 민주당으로선 현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위협할지도 모를 대대적인 내부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그건 민주당이 알아서 할 일인가? 남의 일인가? 그렇다. 여태까지 언론을 포함한 우리는 그런 자세를 취해 왔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두고 언론과 유권자는 응징 또는 분풀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한국 정치는 그간 응징 또는 분풀이의 악순환만 거듭해 왔다.

‘정치 저널리즘’이 먼저 개혁되지 않고선 정당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 개혁은 외부의 지속적인 압력 없인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응징이나 분풀이는 그런 지속적인 압력은 아니다. 그건 구체성이 결여돼 있거니와 일회용으로 끝나고 말기 때문이다. 또한 응징이나 분풀이의 덕을 본 다른 정당들은 겉으론 어떤 자세를 취할망정 기고만장하다가 다시 응징 또는 분풀이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더라는 것이 그간 우리가 겪어온 경험이었다.

지금 정치 저널리즘은 관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치 정당들이 무슨 ‘사고’ 치기를 기다렸다가 물어 뜯으려는 하이에나 같다. 그렇게 하이에나처럼 구는 것이 저널리즘 장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해선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언론 스스로 정당 개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들의 우선 순위를 정한 뒤에 그것들이 이루어질 때까지 집중적·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정당들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언론 쪽에선 그렇게 하면 기사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올 법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서 나도 수구 신문들엔 그런 기대를 아예 하지 않는다. 나는 〈한겨레〉부터 그런 새로운 정치 저널리즘을 보여주길 바란다.

나는 그러한 개혁적 정치 저널리즘의 흥미성이 크게 떨어질 거라는 고정관념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대선 후보 국민경선제를 치고 나가자 한나라당이 마지못해 뒤를 따랐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당들 간의 경쟁 심리를 이용하면 국민적 기대감을 높이면서 큰 호응을 받을 수도 있다. 또 타락한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부정’ 일변도의 기존 저널리즘도 깨끗한 정치인들을 부각하는 ‘긍정’ 중심의 저널리즘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해선 정치 저널리즘의 취재 시스템도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현 시스템은 기자가 정치인들과 밀착하지 않고선 정보를 얻어내기 어려운 ‘밀착 저널리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크게 보아 언론과 정당이 ‘한 식구’라는 말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한나라당 출입 기자들을 ‘한 식구’로 표현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언론과 정당이 ‘근친상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으론 ‘관객’의 입장을 취하면서 속으론 ‘한 식구’가 되는 정치 저널리즘의 이중성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정치를 정치 저널리즘의 상업성 추구를 위한 ‘먹잇감’으로만 간주하기엔 정치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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