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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2.16(일)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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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밤샘기도 /박원순


이 한겨울 밤샘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시간만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이 꽁꽁 얼어버리는 추위에 한데서 밤샘을 하는 사람들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원불교 교무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다. 지난 13일 1200여명의 남녀 성직자들이 꼬박 밤을 새우며 추위에 떨었다. 무엇이 이들에게 야외 밤샘 기도회를 열게 하였는가

정부가 설연휴 직후인 2월4일 정권 말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 핵폐기장 후보지를 발표하자 이들은 비상총회를 소집하여 계획을 백지화하고 핵 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전환하도록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게 된 것이다. 동시에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교대로 24시간 1인 시위와 108배를 하고 있다. 원불교의 성지로 알려진 영광지역도 핵폐기장 후보지에 들어 있다.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정된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울진에서는 주민들이 “정부 계획대로 핵발전소를 10기까지 건설하고 핵쓰레기장마저 들어서면 울진은 세계 최대의 핵단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곳이 이렇게 되면 세계 최대의 핵단지가 된다고 한다. 별로 자랑스럽지 못한 ‘핵단지’가 되는 것에 이 지역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어느 지역에서는 해당 부처 장관의 허수아비 화형식을 열기도 하였다.

적어도 핵폐기물 처리장에 관한 한 이들의 주장을 님비현상이라고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핵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이 지역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핵 발전과 핵 쓰레기장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울진의 경우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과거 미국의 스리마일과 러시아 체르노빌의 악몽은 비단 미국과 러시아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체르노빌 사고에서 무려 343만명의 피해자가 생겨났다고 하니, 원자력 발전 사고가 일단 한번 일어났다 하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도 남는다. 더구나 일본의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이 투표에 따라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인 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지역 주민들은 그런 의사표현을 할 권리조차 없다. 최근 미에현에서의 원전이 주민투표로 취소된 것을 비롯하여 그동안 무려 30여군데에서 원전계획이 주민 투표로 좌절되었다.

핵폐기물 처리장의 문제는 바로 핵 발전 문제에서 비롯한다. 핵 발전은 이미 세계적으로 지양 상태에 있는 에너지원이다. 오늘날 북구에서 풍력·조력·태양열 등 다양한 대체 에너지원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국민투표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기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기존의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하였다.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 미국 역시 국민적 반대와 경제성을 이유로 원전의 추가 건설을 중단했고, 독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랑스도 최근 원자력 발전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계속 핵발전소를 증설해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핵 발전 문제에서도 정부 당국의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참여 정부’란 표어를 정한 노무현 차기 정부에서는 핵 발전 문제를 지역주민의 의사로 결정하는 주민투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주민참여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를 졸속으로 발표하고 이것을 전 정권의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긴다면 역시 과거 정부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선진국의 핵 발전 동결 노력에 동참하면서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개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에 수천명의 성직자들이 길거리에 나서고 주민들이 생업대신 피켓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정부를 우리는 진정으로 원한다.

박원순/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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