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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2.02(일)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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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를 개혁하라


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입에 올릴 필요도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나라의 앞날이 교육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우리가 오랜 세월 강대한 외세에 부대끼면서도 이만큼 나라를 지켜온 것은 다름아닌 교육의 힘 덕분이었다. 노동자들의 적지 않은 희생이 따르기는 했으나 짧은 기간에 커다란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도, 또 우여곡절의 고난을 겪기는 했으나 상당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 교육은 점점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하여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사실 교육개혁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실천해 보자는 현장교사들의 노력이 `전교조’운동으로 표출된 것만도 벌써 십수년 전이 아닌가. 교사들, 교수들, 학부모들, 교육학자들이 개인적으로 또 단체를 만들어 수많은 개혁안을 제시하고 비판적 견해를 발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교육현실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가는가.

교육은 나라의 장래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생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교육은 온 국민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널리 지적되듯이 과도한 교육열 자체가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교육을 사적 이익의 실현과정에 매몰시키지 않는지 숙고해볼 일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러한 교육열은 교육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왜곡된 욕망의 문제이다. 요컨대 교육은 사회 전체와 복잡하게 구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독적으로 일거에 개혁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론을 강조한다고 하여 당장의 시급한 개혁을 미루거나 외면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시급한 개혁은 무엇인가. 가능한 것부터 말한다면 그것은 그동안 이 나라 교육행정을 주물러온 교육부 역대관료들의 실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응분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물론 교육관료들만이 이 나라 교육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고한 이수인 의원이 `교육 마피아’라고 불렀던 집단의 또 다른 축은 악질적인 사학재단들이다. 교육관료와 사학재단의 유착이 교육현장을 얼마나 참혹하게 파괴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한려대학교 해직교수인 박성호씨의 `교육관료:마피아가 장악한 대학’이란 글을 읽기 바란다(<당대비평> 2000년 여름호). 나는 이 글을 읽다가 몇번이나 책을 덮었는데, 왜냐하면 이 글에 묘사된 것과 같은 야만의 시대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노무현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원회가 가동되고 여러 분야에서 개혁과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철옹성 같던 정치와 언론분야조차 약간의 꿈틀거림이 감지된다. 그런데 교육행정만은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13일 인수위에 대한 교육부의 보고를 보면 교육부 핵심관료들이 기득권에 안주하여 현실변화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통령이 바뀌고 교육부장관이 바뀌어도 실무관료는 바뀌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을 믿기 때문인가, 아니면 실제로 세상물정에 눈이 멀었기 때문인가.

인수위 보고 열흘쯤 뒤에 교육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많은 발제자들이 교육부의 권한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교육부 관리의 대답이 참으로 걸작이다. 그는 “교육부 권한을 대폭 줄일 경우 교육시장화를 더 부추기고 사립대학 등의 부패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면서 “교육행정 조직개편의 경우 과도기를 두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한겨레> 1월24일치). 교육부 산하에 대학평가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은 재정지원이라는 채찍으로 대학을 상호경쟁의 시장울타리 안에 넣어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사학의 부패에 대응한다는 말은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는 것이 교육부 관료다. 그러니 교육부의 개혁이 교육개혁의 출발이라고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염무웅/영남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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