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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1.19(일)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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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개혁론 /박원순


세상에 온갖 좋은 이야기들이 다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할 정책과제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의 자체 아이디어에다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과 온라인으로부터 접수되는 제안까지 있다보니 지금 이 나라에는 개혁과 정책의 주장과 제안으로 넘쳐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무슨 일이 긴요한 과제인지 국민으로부터 제안받고 정리하고 구상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더구나 그 정책들을 보면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주장되었거나, 과거 정부가 제대로 실천못했거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참신한 것들이 많다. 다만 그것의 우선순위와 실현가능성 등이 올바로 정리되고 판단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들리기로는 인수위에서 개혁의 방향에 대한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처음 노무현 당선자는 “개혁적 대통령, 안정적 총리”를 주장했다가 최근에는 입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어느 자리에서 어느 인수위원으로부터 “내년 총선까지는 개혁의 준비와 숨고르기를 하다가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본격적이고 큰 틀의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 두가지 경우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혁적 대통령’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안정지향’의 총리로 보완하게 한다거나, 다수의석이 한나라당으로 채워져 있고 민주당조차 개혁적 성향의 의원들이 적으니 현재로서는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조건을 갖추고서 할 수 있는 개혁은 대단히 드물게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국회를 통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개혁은 얼마든지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국회와 무관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다는 우리 사회의 특징을 드러내주는 말이다. 독단적 권력을 행사하라는 뜻이 아니라 대통령이 장악한 행정부부터, 법률의 제정이 필요없는 일부터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정적’ 총리가 옆에서 대통령을 보좌한다면 대통령의 지나친 `개혁적’ 이미지를 보완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리의 위상을 아무리 `책임총리’로 하든 과거의 총리처럼 하든 대통령의 뜻과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대통령제에서는 변함이 없을 터이다. 차기 정부가 구상하듯 총리에게 자율적 권한을 많이 주는 `책임총리’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총리가 대통령과는 성향과 이념이 다르고 `안정적’이라면 대통령의 이념이 정부와 내각에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개혁적’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총리 역시 당연히 `개혁적’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1년도 더 남은 총선까지 개혁의 `숨고르기’만 하고 있겠다는 것은 시대의 요구와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다.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임기는 참으로 짧다. 대통령직에 적응하는 시간과 레임덕에 걸리는 시간을 빼면 본격적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2~3년에 불과하다. 그러니 예행연습시간이 없는 것이다. 본격적인 개혁이 처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개혁의 `타이밍’이라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더구나 언제 어디서나 개혁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가진 국민이 있게 마련이다. 개혁은 모든 국민으로부터 동의받고 진행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저항과 반대의 목소리가 언제나 들리게 마련이다. 물론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이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개혁의 지체나 부정이 될 수는 없다. 최근 어느 시사주간지의 타이틀은 “노무현, 착하게 살지마시오”라고 달려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과 타협하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면서 올바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제 남은 한달여간의 기간 동안에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가 정책과제 개발과 더불어 올바른 개혁의 방향감각을 갖추기 바란다.

박원순/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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