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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1.12(일)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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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이해 넓힐때 /노서경


‘팔레스타인 연대’라는 제목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화염에 불타고 있는 이 지역의 오래된 도시 나블루스의 전경이 나온다. 시커멓게 타버린 의료센터도 보이고, 무너진 집 돌더미 위에 앉아 나부끼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보는 어린이들의 사진도 있다. 외국어 사이트지만 공습과 포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참상을 실감하는 데는 해설이 거의 필요 없다. 사진들은 1960년대 중동전 발발 이래 이미 한 세대를 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피해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4월 나블루스에서 일어난 공습과 피해, 주민 체포, 검문 장면만을 담고 있다. 생후 며칠 만에 죽은 아기를 들여다보는 어머니, 묘지 매장을 금지당해 공동구덩이로 주검을 내려보내는 주민들, 모스크 사원 바닥에 즐비한 주검들….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서방과 다른 나라들에서 국제적 연대운동이 벌어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공감은 미약한 편이지만 그간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남북의 대치 속에서 자신의 평화를 위한 노력만으로도 힘든 여건에서, 지역도 멀고 문화도 다른 아랍 문제를 가깝게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분명히 깨닫는 것은 한반도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바깥의 문제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사태는 팔레스타인이 보고 있는 피해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결국은 서방문명과 아랍세계의 대치 국면을 말해주지만 이라크와 미국의 관계에는 중대하게 다른 요소가 끼어 있다. 미국은 어느 체제가 이라크 국민에게 좋은 것이냐라는 문제에 현 이라크 통치자가 결정적 방해물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무력개입론은 직접적으로는 9·11 사건에서 촉발됐다.

그러나 자원 확보를 위한 강대국의 논리는 미묘하게도 이라크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판단에 쉽게 이의만을 제기할 수 없다. 언론이 막히고 복수정당 체제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것은 독재의 성립조건이다. “이라크를 보라”고 한 이집트 극작가는 말한다. “어느 누구도 이라크인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지금 사담 후세인을 위해 지지발언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뉴욕타임스> 1월8일치)

하지만 후세인 망명으로 해법을 찾든, 결국은 강자의 군사력이 사용되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강대국들의 명분과 수단에 그대로 승복하지 않는 우리의 평화의지와 자세다. 다른 지역의 문제일지라도 무력전쟁에 반대하는 논의를 치열하게 전개하는 우리의 역량이다. 시라크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참전을 시사하는 발언이 있은 직후(그는 다시 태도를 바꾸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중 66~72%의 응답자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에 반대했다. 그렇게 이 지역의 문제에 관해 우리다운 이해관계와 정치철학을 갖고 논의를 해가려면 필요한 조건이 있다. 우선 서방 편향의 통신과 언론매체를 넘어서야 한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아랍 지식인들의 반응은 무엇이며, 아랍문명의 개혁과제를 그들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직접 알아야 한다.

이라크 사태나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 같은 첨예한 국제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균형 있게 인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평화 구축에 필수적이다. 긴장과 위험이냐, 평화의 외교냐. 그 갈림길은 북한 핵 사태로 야기된 이번 위기의 극복으로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열강의 이해는 계속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 보편주의를 따르며 국제분쟁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축적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대안 중의 하나다.

그런 논의는 전문가에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이라크전 반대’를 들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은 국제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성숙을 드러내는 징표로 보였다. 자주적인 국제감각을 갖고 국제분쟁에 관해 해설과 논의를 진전시키는 노력이 부쩍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노서경/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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