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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12.22(일)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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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당선자에게 바란다/박원순


이제 끝났다. 그 소란스럽던 논쟁과 구호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승자에게 환호가, 패자에게 위로가 쏟아졌다. 그것은 한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한국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어느 외국 기자의 논평이 있었던 때로부터 반세기 만에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마침내 만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축하받아 마땅하다. 원칙과 상식의 정치인으로서 만난을 극복한 노 당선자의 개혁노선을 우리는 기대한다.

그러나 어느 대통령이고간에 당선시에 축하와 기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당선자에게는 환호가 쏟아진다. 그리고 `허니문’이 이어진다. 어제까지 열려 있던 대통령에게로 통하는 문은 닫히고 그는 `구중궁궐’ 속에 갇힌다. 국민과의 약속은 잊거나 배신한다. 개혁의 주체였던 대통령은 점점 개혁의 대상이 된다. 권력기관은 대통령을 옹위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데 동원된다. 그 속에서 친인척과 권력실세들의 부패는 깊어간다. 그러나 임기말에 이르면서 레임덕에 걸리고 친인척 비리가 드러난다. 권력의 황혼은 이렇게 실패한 대통령들을 양산해 왔다. 이제 수학공식과 같이 되풀이해 온 이런 역사를 끝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는 5년제 단임이다. 그러다보니 임기말에는 언제나 레임덕이 오게 마련이다. 실제로 임기는 3~4년으로 줄어든다. 처음 하는 대통령 일이니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막상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처음 몇년 동안 제대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은 혼자 집권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대통령은 훌륭한 팀워크가 만들어낼 수 있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은 영원한 진리이다. 권력의 주변에서 권력을 탐하는 하루살이같은 사람 대신 우리 시대를 제대로 통찰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들을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은 이미 한 정파의, 정당의,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니다.

새로운 16대 대통령 앞에 기다리고 있는 과제는 수없이 많다. 노무현 당선자 스스로 첫번째 기치로 내건 `정치개혁’은 온 국민이 소망하는 바다. 어디 그 뿐인가. 검찰개혁, 재벌개혁, 공공개혁…. 그 수많은 개혁이 지금 좌초되어 있다. 김대중 정부의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 역시 북한 핵으로 인해 얽힌 실타래가 되어 있다. 대통령의 할 일이란 우리 시대의 과제를 잘 추출해내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뒷받침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아니어도, 정치가 아니어도 저절로 잘 굴러갈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일이다.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구별은 바로 그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주창해온 아이디어들을 겸허히 수용한다면 전직 대통령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리더십이다. 정책에 실패한 대통령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도덕성에 실패한 대통령은 용서받기 어렵다. 자신의 주변과 친인척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와대 직원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이 아직도 횡행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내 친인척만은, 내 주변 인사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자신의 운명을 그르쳐 오지 않았던가.

아직 마음껏 축하만해도 모자랄 시점에서 이런 주문과 요구와 당부를 하는 것은 섣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이왕 한마디 더 한다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가 좋았지, 그 이후는 형극과 고난의 길일 뿐이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탐한 것이라면 그것은 영광의 길이지만, 진정 이 나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밤잠 설치는 노심초사와 남모르는 번뇌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진정 우리도 성공한 대통령을 갖고 싶다.

박원순/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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