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논의에 왜 ‘권력 이양’인가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 합의를 조건으로 야당에 총리 지명권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대표의 이런 제안은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이 선거제도 변경에 동의해주면 여당과 제1야당이 사실상 정부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연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4·15 총선 전에도 야당에 도시농촌 복합선거구제와 선거 결과 제1당이 총리 지명권을 갖는 책임총리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 일이 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왜 하필 지금 연정 논의를 이어가려고 애쓰는지 알 수는 없으나, 선거제도와 권력 이양을 연계하려는 발상은 기본적으로 설득력이 별로 없다. 현행 헌법은 내각책임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지만, 기본 뼈대는 삼권분립의 대통령중심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부를 통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국무총리에게 위임하는 절차는 정파 간 협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헌법 조문과 정신에 따라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총리 임명권을 포함해 헌법상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내각제 수준의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 대통령의 권력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물론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은 검토해볼 만하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표의 등가성을 비롯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사등록 : 2005-07-10 오후 08:06:00기사수정 : 2005-07-13 오전 0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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