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과 야스쿠니
일년 남짓한 공백 끝에 6자회담이 재개된다. 표류를 거듭하던 북핵위기에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6·17 면담으로 상징되듯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돋보였다. 근본적으로는 민족문제인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과정에서 당사자로서의 중심적 위상을 다진 것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외교는 6자회담 재개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따르게 됐다. 재개된 6자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한국의 외교적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6·17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했다고 한다.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비핵화에 대한 가장 강한 의사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내부의 긴 논쟁 끝에 핵개발의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보인다. 7월1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실현을 강조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다시 지루한 회담과 기나긴 공백이 되풀이되는 상황이 극적으로 타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90년대 초 북핵위기가 표면화한 이래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도 많이 변했다. 동구혁명과 소련 붕괴가 잇달은 10여년 전 당시에는 북한은 절체절명의 고립과 위기상황에 있었다. 안전보장의 최종수단으로 핵개발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국을 필두로 북한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지지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군사전략에서 정치 외교전략으로 전환을 결단해야 할 때다.

북핵문제는 일본의 군사화 우경화와도 긴밀한 상관관계에 있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을 서둘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다분히 과장되고 의도적으로 활용된 측면도 있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 그리고 납치문제가 일본의 “우경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불행한 연관관계를 차단하는 것이 빈사상태에 빠진 일본의 평화헌법체제를 건지는 길이기도 하다. 당장에 미국이 북한과의 “교섭론”으로 선회 조짐을 보이자 아베 자민당 부간사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기세도 수그러들었다.

6자회담의 재개와 실질적 진전은 최근 설왕설래되는 고이즈미 총리의 8·15 야스쿠니 참배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우정개혁법안에 대한 저항이 예상밖으로 거세고 외교적으로도 꽉 막힌 상황에서, “종전 기념일에 참배”라는 공약을 실천함으로서 정면돌파를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증되고 있었다.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되고 핵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현실화되면 고이즈미 총리로서도 극단적인 선택은 어렵게 된다. 8월중에 야스쿠니에 참배하게 되면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는 겉잡을 수 없게 되며 6자회담에서의 일본의 입지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북일수교는 고이즈미 총리 자신이 국내적 반대를 무릅쓰고 집착해 온 외교과제이기도 하다. 작년말의 “가짜 유골” 발표이래 북일교섭은 뒷전으로 물러섰고 고이즈미 총리 자신의 관심도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이 진전되면 일본도 일정부분 따라갈 수밖에 없다. 6자회담을 통한 지역안전보장체제 형성이 일본의 우경화를 억제하는 중요한 틀이기도 하다.

이종원/일본 릿쿄대 교수

기사등록 : 2005-07-11 오후 09:45:00기사수정 : 2005-07-13 오전 04: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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