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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8(금) 18:12

특목고로 장난치는 나라


△ 정의길/사회부 행정팀장

‘I’m 13’

출근길의 입시학원에 드리운 대형 펼치막의 광고문구다. ‘나는 13살’이라는 이 문구는 ‘이제 13살이니 정신차리고 특목고 같은 고교 입시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의 2008 학년도 입시안으로 대학 본고사가 부활된다고 온통 난린데,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고교입시의 전면적 부활이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강화를 뼈대로 한 대학들의 2008 입시안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본고사를 부활시키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대학들의 입시안이 내신을 강화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2008 학년도 이후 대입 개선안의 취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대학들의 입시안에서 내신은 당락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변수다.

긴말 하지 말자. 서울대 등은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과거와 같이 교과지식을 검증하는 지필형 본고사가 아니라고 해명하나, 이미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본고사 부활한다’, ‘서울대 입시 논술이 당락 좌우’ 등의 문구를 담고 아파트 단지에 나도는 학원 광고지는 사교육 시장이 어디로 갈지 웅변으로 말해준다.

나는 서울대의 해명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최고 지식인 집단인 서울대 교수들이 본고사 시행 여부를 놓고 장난치지는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이 과거의 본고사 같은 유형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교육 시장은 어떻게 해서든 세칭 일류대들의 논술고사를 데이터로 처리해서 유형화하고, 그에 맞는 공식을 만들어내, ‘맞춤교육’을 할 것이다. 사교육은 결과적으로 논술고사에 대한 엄청난 문제유형과 공식을 수험생에게 던져주며, 또다른 ‘본고사’로 만들 것이다. 과외를 방지하겠다고 등장한 수학능력 시험이 사교육 시장만 더욱 팽창시킨 것이 선례다.

내신이 대입에서 계속 별볼일 없을 것이란 예측은 당국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리며 고교입시를 전면적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아파트값이 오르내릴 때마다, 당국이 나서 곳곳에 특목고나 자립고를 세우겠다고 난리다. 서울시는 뉴타운을 개발하면서 특목고나 자립고를 세우겠다고 나서고,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은 국제고 설립을 공포했다.

중앙정부는 한술 더 뜬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에 ‘공영형 자율학교’라는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를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다. 특목고가 본래의 목적에 벗어나 입시기관화했다며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08 학년도 이후 대입 개선안을 발표한 지 몇 달 안 돼 벌어지는 사태다. 강남의 아파트값이 특목고가 있어서 오른 것이고, 강북의 아파트값이 특목고가 없어서 안오르고 있단 말인가?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여름철 장마날씨나 끓는 죽처럼 변하는 부동산값에 연계하는 것이 교육정책이고 부동산 정책이라 한다.

지금 전국에는 과학고가 17곳, 외국어고가 25곳, 자립형 사립고가 6곳이 있다. 고교평준화 조처 전의 명문고 혹은 일류고 수보다 많다. 이런 추세라면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 특수고의 수는 최소한 전국 기초자치단체 수인 232곳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 평준화가 어떻게 남아날 것이며, 대학들에 내신반영을 강화하라고 윽박지를 수 있단 말인가. 초등학교 6학년인 13살은 낙엽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도 즐거워해야 할 때다. 이 아이들을 입시전쟁의 전사로 무장시킬 과외와 학원 비용을 대기 위해 엄마들을 노래방 도우미로 내모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풍경이다. 그런 입시 부활이 ‘변별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육’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정의길/사회부 행정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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