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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20(월) 18:09

한-일 과거사와 북핵


우여곡절 끝에 일단 한일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됐다. “각박한 외교전쟁”이 선포된 이후 처음 열린 정상회담이다. 이처럼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그리 흔하지 않다.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도 일본으로서는 최종적인 “결렬”의 회피에 중점이 있었다. 일본쪽이 역사문제에서 이렇다할 타개책이 없으면서도 회담 자체에 응한 것은 그 때문이다. 중국과의 정상간 상호방문이 중단된 현상에서 한국과 정상회담을 정기적으로 치르는 것은 적지않은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한국쪽이 중시하는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이 제시할 개선책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회담 여부로 고심했다고 한다.

초점이 되어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고이즈미 총리 자신의 태도가 장애가 되고 있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고집스러운 집착이 일본의 동아시아 외교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본 국내에 확산되고는 있다. 나카소네를 비롯한 역대 총리 경험자가 모여 야스쿠니 참배 자숙을 요구하고, 코노 중의원 의장이 직접 총리에게 권고하는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됐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막무가내다.

물론 “참배 강행”을 시사하는 측근들의 언동은 “야스쿠니 카드”의 값을 높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수도 있다. 보수파 언론의 중심인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참배 신중론과 국립추모시설 건설 지지로 노선을 전환했다. 자민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동요도 상당히 크다고 한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도 참배 반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지금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를 포기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은 거의 없는 상황이 준비되어 있다. 참배 포기의 댓가로 외교적으로 얻어내는 것이 있으면, 오히려 대국적 견지에서 내린 결단으로 높게 평가되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같은 현실적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의 문제제기, 중국의 강경방침으로 차기 총리가 안이하게 야스쿠니 참배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은 일본의 차기 정권까지 시야에 둔 장기전의 채비를 갖출 수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도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전략의 재검토와 재구축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의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도 다양한 연계 가능성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당분간은 역사마찰을 계속하면서도, 북핵과 6자회담을 둘러싸고 새로운 차원의 한일 연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작년 12월 “가짜 유골” 파동 이래 북일관계의 완전한 파탄, 북미접촉과 남북회담을 통한 6자회담 재개 조짐 등으로 외교적으로는 오히려 고립감을 깊게 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자신 역사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충돌하는 장본인이지만, 북일수교를 “정치적 공약”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외교적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정치가이기도 하다. 한국은 끈질긴 외교 교섭과 준비를 통해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 커다란 물꼬를 트는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을 외교적 해결의 틀 안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만하다. 이것이 역사문제의 타개에도 연결된다.

이종원/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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