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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5.29(일) 17:08

‘신의 아들’과 병역거부


군대가 화제로 떠오르는 순간, 병역을 마친 남성들의 두뇌작용은 자연스럽게 이성의 영역에서 감성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전투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썰렁한 좌중의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한 채, 함께 뛰던 고참들 하나하나의 특징까지 설명해 가며 열 올리는 우리의 자화상이 좋은 예다. 병역 문제에는 그만큼 남성들 모두의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20대 초반에는 나도 군 입대가 가져올 결과들, 즉 이성교제를 포함한 인간관계의 단절, 고시공부를 포함한 미래와의 단절, 폭력을 목적으로 한 조직 안에서 겪게 될 나 자신과의 단절 등이 두려워 그 시기를 고민하느라 여러 밤을 지새웠다. 입영 이전에 누구나 느끼는 이런 불안과 공포는 입영 당일의 충격으로 더욱 강화되고, 인생의 어느 골목에선가 새치기해 들어오는 ‘신의 아들’들과의 만남을 통해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좌절과 분노로 고착되기 마련이다. 그 ‘무엇’의 뿌리는 이렇게 깊고도 굳다. 군 가산점 위헌 결정과 이대 총학생회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지지 선언을 ‘응징’하고자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던 것도, 국적 포기자 부모에 대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신상공개 요구도, 이 울컥하는 ‘무엇’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새 국적법이 재외동포를 최대한 껴안으려는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거나, 국적 변경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위헌 소지가 있다거나, 신상공개가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등의 논리로 도저히 설득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우리 정서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좌우와 지역의 차이를 넘어선 ‘국민 통합’의 한 목소리 앞에서, 나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새치기한 ‘신의 아들’에게 밀리더라도 과거에는 혼자 조용히 분노를 삭이고 끝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공직 진출을 제한하는 여러 제도들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전에 문제되지 않던 고위층의 병역관련 의혹이 계속 보도되는 것 자체가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운동 출신의 국회의원이 그 추웠던 시절에 자기 손가락을 자른 것조차 연일 뉴스거리가 되는 판이니 예외도 거의 없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누구도 병역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다. 기묘한 방법으로 병역을 피한 ‘신의 아들’들과는 달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시간을 벌거나, 자기 한 몸 편하자고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병역의무 불이행이라는 똑같은 원인이 있었지만, 그 결과로 병역거부자들이 얻은 것은 유학도 미국시민권도 아닌, 끔찍한 교도소 생활과 전과자의 낙인이었다. 지금 그들이 원하는 것도 병역 면제가 아니라, “아무리 심한 일, 아무리 긴 기간이라도 상관없다”는 대체복무의 인정이다. 제대로 된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될 때, 지금 국적 포기자의 행렬에 선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이를 감수하려 할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희생한 ‘어제의 용사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사람들이 혹시 존재한다면, 그들은 적대적 공존 속에서 분단을 먹고 살아온 사람들, 폭력적 군사문화에 안주해온 사람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역을 피해간 위선적 지도자들이지, 그 희생양으로 우리 못지않게 고통받아온 병역 거부자들이 아니다. 이제 마음을 열고 한줌의 소수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통한 삶의 길을 열어주자. 그런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지켜온 자유, 평등, 평화의 가장 값진 열매 아니던가.

김두식/ 한동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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