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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5.05(목) 20:15

원전 폐기물 사회적 로드맵을


지난달 국회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의결하였다. 이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특별지원금(약 3천억원)의 지급과 반입 수수료(약 50억~100억원)를 도입하였고, 한수원 본사의 이전을 명문화하였으며 국공유 재산의 대부, 국고 보조금 인상, 주민 우선고용 등 유치지역발전을 위한 특례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와 함께 사용후연료 관련시설이 중저준위 처분시설 유치지역에 추가 건설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부지 선정시 주민투표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한편, 지역주민 대상 설명회, 토론회 개최를 의무화함으로써 민주적인 절차를 보장하였다.

발표내용 중 단순한 찬반이 아닌 보상과 연계한 주민투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그동안 표류해 온 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대해 주민의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법절차라는 면에서 선택 가능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안이 안고 있는 법 체계상의 개선점으로 주민투표로 방폐장이 부지가 선정된다 하더라도 추후 보상에 관한 문제가 생긴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문제를 둘러싼 지난 20년간의 우리 실정에 비추어 볼 때에도 시설 예정지역 주민과 구체적인 보상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통해 타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지역의 이기주의적 반대뿐만 아니라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정책추진의 걸림돌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첫째 종합적 방폐물 제도정비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중저준위폐기물 시설을 장기적인 공론화과정을 거쳐 결정하기보다는 시설 건립 예정지역 주민과 구체적인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통해 타결하고 있다. 원전수거물 처리시설 부지 선정은 공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공익’과 재산권이라는 ‘사익’ 보장 사이에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주민의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법절차와 정당한 보상에 대한 명확한 정책방안이 제시되어지는 문제라 할 것이다.

둘째 선진국들은 성급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부지조성을 자제하면서 많은 시간을 두고 연구개발과 사회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연구개발의 선행과 사회적 합의구조가 부재할 경우, 사회적 불신과 지역주민의 저항으로 부지조성은 더욱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혐오시설, 특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입지는 정부의 일방향적 추진과 ‘금전적 보상’이라는 해결책만으로는 궁극적으로 인근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음은 매우 자명하다. 현실적으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이라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수거물처리 대안이 없고 그 시설입지가 최적이더라도, 정부는 사업추진에 따른 일련의 적법절차와 합리적 보상 과정을 거쳐야만 향후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원전수거물 관리정책 추진과정의 늪을 현명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고유가 지속과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원전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는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여 최종처분까지 사회적 합의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행히 여러 지자체에서 이번 특별법 제정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번 정부 발표에 대한 해당지자체의 정책 신뢰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제도정비를 통하여 지역주민의 사회적 저항을 수용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기한/단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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