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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3.14(월) 19:36

콩고-한국 관계 첫단추 잘 채워야


조제프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공식방한하는 동안(3월16~20일) 국내 경제 4단체가 주관하는 투자설명회가 열리는 등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현지진출 가능성이 대대적으로 타진될 전망이다. 내전과 기아의 현장으로 외면받아온 아프리카대륙이 드디어 재계의 시야에 들기 시작한 셈이다. 내심 반가우면서도, “풍부한 천연자원과 수력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 제3의 영토대국으로서 최근 정치적 안정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향후 3년간 57억달러의 지원이 예정되어 있어, 우리 기업들의 진출에 좋은 기회”라는 전경련의 초청서한 내용에 선뜻 공감이 가지 않음은 바로 그 ‘돈 냄새’ 탓이다. 지금껏 아프리카의 고난에 무관심했던 우리가 이제 돈이 보이니 우르르 달려가 한몫씩 챙겨 보자는 것인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사태 당시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대외원조공여의 규모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듯, 우리는 번 만큼 품위 있게 쓸 줄 모르는 인색함에 젖어 있다. 정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가 그토록 미진한 틈을 민간 시민사회의 개발 엔지오들이 메워 나간다지만 아직은 태부족이다. 그나마도 영어가 소통되는 나라들에 편중되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콩고의 경우, 이번 국가원수의 방한이 청와대의 논평에서와 같이 ‘한국의 아프리카 지역외교 강화와 양국간 실질협력 관계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듯하다. 여기에 천민자본주의적 폭리(?) 추구에 투철한 국내 기업인들의 ‘활약’까지 무차별 진행된다면 우리는 과거 이 나라의 식민종주국으로서 혹독한 착취경제에 몰두하다 이제는 뒷전에 물러나 앉은 벨기에의 전철을 밟기 쉽다. 식민통치를 경험한 국가간 남-남 협력의 본보기로 첫 단추를 잘 채워야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민으로서 당당히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간 경제협력은 쌍방의 적정한 이윤에 근거하는 상호신뢰에서 비롯된다. 돈만 보고 몰려가 파헤치고 긁어모아 싸들고 나올 일이 아닌 것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번 지진해일 당시 “콩고의 경우 하루 1천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원조의 경쟁적 쇄도를 경계한 바 있다. 우리가 이 참담한 상황에 처한 콩고의 재건시장을 ‘엘도라도’로 착각하고 일확천금을 노려서야 되겠는가? 적도가 국토의 중앙을 관통하는 탓으로 건기와 우기가 엇갈리며 절대 굶는 일은 없을 거라던 콩고에는 지금 ‘물고기는 늙어 죽고, 사람은 굶어 죽고’라는 신조속담이 유행하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동부 탕가니카 호수에서의 담수어 조업이 중단되면서 단백질 결핍증에 신음하는 콩고인들의 한탄이다. 7년간 방치된 호수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라는데, 게다가 잡은 물고기가 그 자리에서 미국달러화로 교환되면서, 그물을 던져 100달러, 50달러, 20달러 지폐를 건져 올리는 격이니 어찌하랴. 이 천혜의 황금어장을 몰지각한 자본가와 탐욕스런 수산업자에게 무작정 맡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콩고를 ‘투전판’으로 인식하고 뭔가 ‘꺼리’를 찾아 나서는 사업가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를 차단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제협력, 개발원조를 추진하여 우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책무는 분명 참여정부의 몫이다. 저 부산항에, 전국의 항·포구에 즐비한 강제폐선 대상 연안조업선들을 공적개발원조 차원에서 이 호수에 이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런 연후에 초기 회사운영과 현지인 조업기술 지도를 맡을 건실한 수산업체를 물색할 일이다. 우선 먹어야 일할 것 아닌가?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그도 내 배만 턱없이 더 불린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않는 국제적 분배정의에 입각한 실질적인 공적개발원조와 아프리카 진출 기업의 정당한 이윤추구를 콩고의 탕가니카 호수에서 실험해 보고 싶다.

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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