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 씨네21 | 한겨레21 | 이코노미21 | 하니리포터 | 초록마을 | 쇼핑 | 교육 | 여행 |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IT과학 | 만화만평

전체기사 지난기사

home > 여론칼럼

편집 2003.09.24(수) 20:57

| 검색 상세검색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


“빨리, 빨리. 3분 안으로 빠져나가야 돼.”

안전담당이 사무실에 있는 우리에게 소리친다. 황급히 여권과 방탄조끼만 챙겨 나오는 순간, 우리 건물을 향해 시커먼 폭탄이 날아들었다.

“슈우욱. 꽝”

“엎드려!”

“아아악!”

어젯밤에도 전쟁터에서 도망 다니는 꿈을 꿨다. 티셔츠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식은땀까지 흘렸다. 3주일 전 이라크 파견근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부터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내가 일하던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이런 비슷한 일이 매일 일어났다. 미군 정찰차가 수류탄 공격을 받아 운전병과 함께 불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고, 숙소 맞은편 유엔 건물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콩 볶는 듯한 다발 기관총 소리를 밤새도록 들어야 했다. 물자보관 창고에 불이 나고, 우리 사무실에도 언제까지 떠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편지가 날아들었다. 사정이 이렇게 절박해도 치안유지를 담당해야 할 점령군은 속수무책이다.

이라크 제3의 도시 모술은 두 달 전, 후세인의 두 아들이 피살된 곳이고 후세인 정권의 2인자와 국방부장관이 체포 및 투항했던 곳이다. 사담 후세인이 이곳에 숨어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을 만큼 후세인 충성세력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군은 이 불온세력 소탕을 위해 대대적인 군사작전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 세력은 특유의 게릴라성 공격을 더욱 격렬하게 벌일 것이다. 당분간 이곳이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술에는 이태원을 방불케 할 만큼 미군들이 많다. 대로는 물론 골목에서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총부리를 행인들에게 겨누며 지나가는 미군 정찰차를 만나게 된다. 현지인들이 이런 미군을 대하는 태도는 아주 싸늘하다. 내가 석달 동안 만난 무수한 사람 중 미군이 이라크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주둔한다고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미국은 오로지 이라크의 석유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속내를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이 입만 열면 ‘이라크 국민을 위해’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가증스럽다고 했다.

이렇게 이들의 반미감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미군이 동네 여자들을 납치해서 성폭행한다는 악성 소문이 파다했는데, 얼마 전 〈알 자지라〉 방송이 전쟁 이후 적어도 400명의 여자들이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 다음날 우리 현지 직원들은 소문이 이렇게 사실로 입증되었다며 경쟁적으로 미군에 대한 살의 어린 발언을 하느라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직도 많은 이라크인들은 모든 외국인, 특히 서양인을 미군의 협력자로 오인하고 있다. 유엔도, 국제 구호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목숨 걸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긴급구호 요원에게까지 공격과 협박을 가하는 거다. 우리 같은 민간인에게도 총알이 날아드는 판에 군복 입고 총 든 사람을 가만히 둘 리 만무하다. 그래서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하면 모술지역에 주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렇게 되면 우선 우리 군인들의 인명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전투병이라도 실제는 치안유지군 구실을 하게 될테니 괜찮다는 의견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여기는 아직 전쟁중이다. 최신 무기로 완전무장한 미군들도 매일 죽어나가는데 한국군이라고 크게 다를 수가 없다.

또한 나는 매일 대하는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아주 난감하다. 이라크 국민의 요청도 없는데 우리가 자진해서 이라크인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왔노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파병을 둘러싼 찬반 토론에 미국과 한국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 정작 ‘도와주러 가는’ 이라크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까는 관심 밖인 현실이 안타깝고 곤혹스럽다. ‘미국은 석유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처럼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한달 뒤 다시 모술에 가서 근무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마음이 방탄조끼보다 더 무겁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



☞ 기사에대한의견글쓰기 | 목록보기 | ▶ 토론방가기


20203점점 막가는 미국의림인2005-12-14
20202한겨레 칼럼을 읽고 착잡함 ----아사2005-11-30
20201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여시야2005-11-20
20200혼돈하지 마라한나라2005-11-19
20199미국이 인권을 논해? 니나 잘하세요!기린2005-11-18


  • [한비야칼럼]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10/27 19:18
  • [한비야칼럼] 네팔 반군과 구호식량 배분...09/29 18:31
  • [한비야칼럼] 비공식 한국 대표선수...08/25 17:27
  • [한비야칼럼] 지리산의 약초와 독초...08/04 15:50
  • [한비야칼럼] 그 석달간 국제사회는 무얼 했나...06/09 16:07
  • [한비야칼럼] 전쟁이 우릴 미치게 했어요...05/12 18:02
  • [한비야칼럼] 오늘이 나의 마지막날이라면...04/14 21:42
  • [한비야칼럼] 전쟁이 남긴 ‘선물’...12/11 16:03
  • [한비야칼럼]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12/11 15:59
  • [한비야칼럼] 물을 가져다주는 한국인...12/11 15:37
  • [한비야칼럼] 물을 가져다주는 한국인...11/19 19:14
  • [한비야칼럼] 전쟁이 남긴 ‘선물’...10/22 18:38
  • [한비야칼럼]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09/24 20:57
  • [한비야칼럼] 깨끗한 물 한통...07/23 18:18
  • [한비야칼럼] 알 룻바의 아이들...06/25 18:22
  • [한비야칼럼] 부끄러운 “ 마살람 ”...05/28 18:18

  • 하니와 함께

    하니 잘하시오
    한겨레투고
    오늘의 이메일


    토론(전체 토론방 목록)

    게시판 이용안내
    통일·남북교류
    북 송금, DJ의 과오
    전두환씨 재산
    사생활 침해…몰카
    동계올림픽…김운용 파문
    미사일방어체제
    참여정부 개혁과제
    NEIS, 교육정책
    언론권력·개혁
    병역기피·면제
    국회의원 나으리
    보수를 보수하라!
    검찰개혁 파문
    주한미군 득과 실
    부실공화국 대한민국
    이공계 기피 현상
    도박? 대박^^ 쪽박ㅠㅠ
    집값 부동산 정책
    빈익빈 부익부
    재벌개혁
    연예계 권력과 비리
    다단계판매
    흡연권? 혐연권!
    종교집단 종교권력
    외모·인종 차별
    이혼·가정폭력
    사주팔자명리 진검승부
    아름다운 세상·사람
    캠페인 : 지역감정 고발

    정보통신 포럼

    해외뉴스 포럼

    축구, 나도한마디

    내가 쓰는 여행기

    독자추천 좋은책

    코리안 네트워크

    토론기상도

    오늘의 논객

    자유토론방

    라이브폴







    쇼핑 한겨레
  • [경매]선풍기 특별경매
  • [화장품]메이크업히트상품
  • [도서]나무-베르베르신작
  • [음반]새로나온 앨범
  • [해외쇼핑]speedy 균일가
  • [명품관]중고명품관 오픈
  • [스포츠]나이키아쿠아삭
  • [골프]DOOZO할인전40%
  • [패션의류]사랑방손님
  • [면세점]스페셜가전모음

  • 톡톡 튀는 정보

    여행

  • 제8차 고구려발해백두산 순례

  • 시베리아 횡단열차 12일

  • 新 실크로드 기행
    6일/10일

  • 배낭여행 최고 30만원
    할인!!

  • 저렴한 항공할인권 :
    동경 \220,000
    샌프란시스코 \500,000
    벤쿠버 \700,000
    유럽 \550,000

    해외연수/유학

    인터넷광고안내 | 제휴안내 | 개인정보보호정책 | 사이트맵 | 신문구독 | 채용

    The Hankyoreh copyright(c) 2006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