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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7.23(수)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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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 한통


“이라크 어디로 간다고”

“모술”.

“무슨 술”

우리 큰언니의 이런 엉뚱한 반응이 아니더라도 내가 지난달 이라크로 떠날 때는 모술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곳이 며칠 새 갑자기 유명해졌다. 사담 후세인의 두 아들이 미·영 연합군한테 피살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의 소용돌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도시를 가로지르며 티그리스강이 유유히 흐른다. 사막 한가운데 저렇게 수량 풍부한 강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는 유엔협력단체이기 때문에 유엔기를 이용할 수 있는데, 비행기를 타고 모술을 가다 보면 시멘트 색깔의 사막이 지루하게 이어지다 갑자기 예쁜 초록색의 띠가 나타난다. 그 띠가 바로 티그리스 강이고, 그게 바로 물의 힘이다.

물이 없었다면 모술도 없었을 것이다. 이곳은 무척 덥다. 벌써 45도를 넘나드는데, 8월에는 55도 이상 간다고 한다. 한번 현장에 나갔다 오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 도저히 사람 살 동네가 아닌 것 같은데도 사람이 모여 산다. 순전히 물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끝난 직후의 모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이다. 두 번의 전쟁과 오랜 경제제재로 상수도 시설이 망가져, 주민들이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깨끗한 식수는 물론 화장실에서 쓸 허드렛물이 절실하다. 이곳의 풍습은 화장실에서 뒷물을 해야 하는데, 물이 없다고 생각해보라.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 특히 아이들 사이에 설사 등 수인성 전염병과 불결에 따른 각종 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이에 우리 단체에서는 긴급구호 사업으로 이 지역 120개의 초·중등학교를 통한 식수 및 위생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중 29개 학교를 월드비전 한국이 맡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적어도 학교에 와서는 깨끗한 물을 실컷 마실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집계로는, 세계에서 하루에 5000여명의 어린이가 깨끗한 물이 없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현재 물 부족 상태에 있는 인구는 4억, 2050년에 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40억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이 부족하면 가장 힘든 사람은 여자아이다. 물 떠오는 일이 이들 몫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프리카 오지 여행을 하면서 묵었던 집 딸은 왕복 네 시간의 길을 물 뜨러 가느라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장시간 땡볕에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지고 다니느라 각종 병에 걸리고, 오가는 길에 성폭행을 당하기가 다반사라고 한다.

물이 없으면 탈수증이 무섭지만 의외로 눈병도 무섭다.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져서 그렇다는데 감염된 시신경이 뇌신경을 자극해 정신이상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죽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뭄 긴급구호 현장에는 이동안과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생지옥에 깨끗한 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바로 천사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지금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술을 30분만 벗어나도 시골이다. 보통 마을 중심에는 우물이 있는데 대부분 몹시 깊고 거의 말라 있는데다 덮개가 없어 퍼 올린 물도 불순물투성이다. 이런 물을 먹으니 병이 날 수밖에.

오늘 현장방문한 시골학교는 학생이 300여명인데 식수대는커녕 화장실이 아예 없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학교 안에 간이우물을 파서 식수 및 화장실물로 쓰자 생각했는데, 막상 여기 와보니 아예 마을에 위생적인 공동우물을 새로 파서 주민들 모두에게 틀暉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통역을 통해 우리 의도를 전하자, 이곳 종교지도자가 갑자기 “코리아 와히드(한국 최고)”라고 소리치며 뛸뜻이 좋아했다. 근처에 모여 있던 아이들도 덩달아 손뼉을 치며 환성을 질렀다.

이번 학교를 통한 식수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한 정부 지원금이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세금을 낸 우리 국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후 이라크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갖다주는 천사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가슴 뻐근하게 기분좋은 일 아닌가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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