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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6.19(목)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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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성장해야 한다


50대 이상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고전을 읽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해야만 정신이 고양되고 자아가 확장되고,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믿어온 세대에 든다. 20대인 아들이 제대로 된 책, 그러니까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만한 책을 읽지 않는 것에 절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들에게 그렇게 책을 안 읽으면 무식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냐고 하니까 1초도 뜸을 들이지 않고 어머니 세대가 생각하는 유식과 우리가 생각하는 유식은 다르다며 자신도 자신의 새대에선 무식한 사람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하도 기가 막혀 한숨을 내쉬고 또 내쉬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이 그다지 잘못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살아계시면 올해 100살인 친정아버지는 말끝마다 공자 맹자를 인용하셨다. 형제들은 아버지의 충고나 중국 고전을 읽어야만 사람 사는 도리를 알게 된다는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쇠귀에 경읽기라고 혀를 차면서도 벽마다 한문 글을 써 붙이고 우리에게 감동을 강요했다. 형제들은 공자와 맹자는 몰라도 살 수 있으며 우리들은 충분히 유식하다고 생각했다. 친정어머니는 결혼해 보니 전문학교를 나왔다는 아버지가 모차르트를 모르더라고 아버지의 교양 없음을 흉보셨다. 일본의 고전에는 능통했지만 사르트르도 프로이트도 잭 케루악도 모르는 어머니도 유식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놓고 부모에게 말할 용기는 없었지만 부모님이 생각하는 유식과 내가 생각하는 유식은 다르니까 상관하지 말라는 마음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교양이나 지식이란 것도 시대의 산물이고 보면 시대흐름이나 시대적 상황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지식이나 교양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어렸을 때 우상처럼 보였던 언니들은 서구의 인문학적 교양주의 세례를 받은 세대로서 박학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의 내눈엔 그렇게 비쳤다. 그러나 최근에 언니들과 얘기를 해 보면 젊었을 때의 지칠줄 모르던 지식욕은 사라져 있었고, 과거가 좋았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최근의 사회문화 현상과 새로운 경향을 흡수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어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20대에서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부터 우리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세대간의 틈과 갈등, 가치관 차이로 인한 충돌은 모두 이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배웠으며 우수한 학력을 갖췄고 , 우리 시대의 지도층에 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우려와 나아가 엄청난 거부감은 익숙했던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되는 것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머리 허연 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에 자극을 받고 각종 사회적 쟁점에 대해 궐기대회를 조직하고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런 연유로 읽힌다.

수박겉핥기식의 교양주의는 학문적 관점에서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회가 다양해지고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선 정보를 따라잡고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롭게 자아를 확장하고, 정보를 지식으로, 그것이 현실을 움직이는 힘이 되도록 교양을 쌓아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가쁜 일이다. 깊이있는 독서는 못하더라도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성장해야 한다. 10대와 20대에 받은 교육이나 그로 인해 형성된 자아나 가치관으로 이 시대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 80까지로 늘어났고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계속 성장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세대간의 틈은 좁혀 질 수 없다. 젊어 보인다면 누구나 좋아한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 염색도 하고 옷차림도 유행 따라 바꾸고 헬스클럽에서 근육운동도 열심히 한다. 그러나 정신이 젊어지기 위해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평생 공부해야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새로 배우려는 자세가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김선주 논설위원 sunj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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