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 씨네21 | 한겨레21 | 이코노미21 | 하니리포터 | 초록마을 | 쇼핑 | 교육 | 여행 |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IT과학 | 만화만평

전체기사 지난기사

home > 여론칼럼

편집 2003.05.28(수) 18:18

| 검색 상세검색

부끄러운 “ 마살람 ”


내가 속한 단체는 매년 6월 ‘기아체험 24시간’이라는 청소년 자원봉사 축제를 통한 모금행사를 벌이고 있다. 11년째를 맞는 올해 행사의 주제는 ‘전쟁과 평화’. 덕분에 나는 올 초부터 전세계 전쟁터로만 다니고 있다. 지난달 시에라리온에 이어 이번달에는 팔레스타인을 찾았다.

팔레스타인 주민은 약 320만 명으로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과 여러 가지로 얽힌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인도적 구호단체 직원이 본 팔레스타인은 거대한 감옥, 아니 생지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선 가자지구에 가려면 삼엄하기 짝이 없는 이스라엘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철저한 짐 검사와 심문을 받은 뒤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앰뷸런스에 당장 죽어가는 응급환자나 만삭의 임신부도 예외가 아니다. 4시간을 기다린 뒤에 알고 보니 우리는 외국인이라 특별대우를 받은 거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다 벗고 몸수색 당하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쪽은 이 모두가 안전 때문이라고 했다.

가자지구 안의 라파라는 도시는 대규모 시가전이 있었던 양 부서진 건물투성이다. 밤마다 이스라엘군이 폭격을 하거나 탱크로 멀쩡한 집을 밀어낸다고 한다. 목표는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하마스 요원이라는데, 그 가족은 물론 무고한 이웃집들까지 함께 응징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들은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학교 건물 벽에 난 무수한 총알 자국으로 보아 학교도 안전지역이 아니다. 등하굣길의 아이들도 총에 맞아 죽거나 다친다고 한다. 30명 정도 되는 한 학급에 들어가 총 맞은 사람이 있느냐니까 두 명이나 손을 든다. 한 아이는 어깨에, 한 아이는 옆구리에 총알자국이 선명하다. 또 다른 반 아이는 척추에 파편이 박혀 허리 아래를 쓰지 못해 누워 있다고 한다.

10살 무스타파 알리는 밤에 헬리콥터 뜨는 소리가 무섭다고 했다. 그 소리는 바로 탱크와 불도저가 들어와서 이웃 누군가의 집을 부숴놓고 가는 전주곡이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면 오늘밤 우리 아빠나 큰형이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누를 수가 없다고 한다.

같은 반 아슈라프는 자기 집 대문 안으로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고 했다. 그날 아슈라프가 그린 그림도 밀려오는 탱크 앞에서 한 꼬마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초등학교의 신부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점점 폭력적이 되어간다고 걱정하셨다. 그러나 매일 이런 험한 꼴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평화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일 거다.

아이들은 이런 외적 폭력 외에도 가정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몇 해 전부터 통행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이스라엘 쪽에 직장이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70%가 일자리를 잃었다. 전체 인구의 5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준이었는데 그나마 수입이 끊어져 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해 가장의 자존심이 떨어진 남편과 부인 간의 불화가 심해지면서 우려할 수준의 가정폭력을 낳는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마을에서는 어디든지 어린이 사진이 든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최근에 죽은 아이들이다. 베들레헴도 마찬가지. 우연히 포스터 속의 아이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 전에 죽은 그 아이는 이제 겨우 11살. 친구들과 함께 탱크에 돌을 던지다가 군인 총알에 맞아 즉사했단다. 9살짜리 그의 누이동생이 말했다. “착한 오빠가 죽어서 너무 억울해요.” 그러더니 갑자기 그 예쁜 눈에 적의를 불태우며 말을 이었다. “우리 오빠를 죽인 이스라엘 군인, 다 죽여 버릴 거예요.”

아직 젖 냄새도 가시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 입에서 이렇게 험한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게 섬뜩했다. 그리고 무척 미안했다. 이 아이들에게 단 한번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한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마살람” (평화를 두고 갑니다) 내가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나 평화라니. 전쟁은 화인처럼 이 여린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깊숙한 상처를 남기고 있는데….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



☞ 기사에대한의견글쓰기 | 목록보기 | ▶ 토론방가기


11273광화문으로 나갑시다.멀리서보니깐2006-01-11
11272황교수는 거짓말쟁이다! 그러나..6652006-01-11
11271여자 연구원에게 술접대시킨 황우석 섹스맨2006-01-11
11270황우석, 조작의 신화 창조로 판명.철장2006-01-11
11269펌/ 두려운가 ?.... 노무현 .....?커피향2006-01-11


  • [한비야칼럼]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10/27 19:18
  • [한비야칼럼] 네팔 반군과 구호식량 배분...09/29 18:31
  • [한비야칼럼] 비공식 한국 대표선수...08/25 17:27
  • [한비야칼럼] 지리산의 약초와 독초...08/04 15:50
  • [한비야칼럼] 그 석달간 국제사회는 무얼 했나...06/09 16:07
  • [한비야칼럼] 전쟁이 우릴 미치게 했어요...05/12 18:02
  • [한비야칼럼] 오늘이 나의 마지막날이라면...04/14 21:42
  • [한비야칼럼] 전쟁이 남긴 ‘선물’...12/11 16:03
  • [한비야칼럼]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12/11 15:59
  • [한비야칼럼] 물을 가져다주는 한국인...12/11 15:37
  • [한비야칼럼] 물을 가져다주는 한국인...11/19 19:14
  • [한비야칼럼] 전쟁이 남긴 ‘선물’...10/22 18:38
  • [한비야칼럼]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09/24 20:57
  • [한비야칼럼] 깨끗한 물 한통...07/23 18:18
  • [한비야칼럼] 알 룻바의 아이들...06/25 18:22
  • [한비야칼럼] 부끄러운 “ 마살람 ”...05/28 18:18

  • 하니와 함께

    하니 잘하시오
    한겨레투고
    오늘의 이메일


    토론(전체 토론방 목록)

    게시판 이용안내
    통일·남북교류
    북 송금, DJ의 과오
    전두환씨 재산
    사생활 침해…몰카
    동계올림픽…김운용 파문
    미사일방어체제
    참여정부 개혁과제
    NEIS, 교육정책
    언론권력·개혁
    병역기피·면제
    국회의원 나으리
    보수를 보수하라!
    검찰개혁 파문
    주한미군 득과 실
    부실공화국 대한민국
    이공계 기피 현상
    도박? 대박^^ 쪽박ㅠㅠ
    집값 부동산 정책
    빈익빈 부익부
    재벌개혁
    연예계 권력과 비리
    다단계판매
    흡연권? 혐연권!
    종교집단 종교권력
    외모·인종 차별
    이혼·가정폭력
    사주팔자명리 진검승부
    아름다운 세상·사람
    캠페인 : 지역감정 고발

    정보통신 포럼

    해외뉴스 포럼

    축구, 나도한마디

    내가 쓰는 여행기

    독자추천 좋은책

    코리안 네트워크

    토론기상도

    오늘의 논객

    자유토론방

    라이브폴







    쇼핑 한겨레
  • [경매]선풍기 특별경매
  • [화장품]메이크업히트상품
  • [도서]나무-베르베르신작
  • [음반]새로나온 앨범
  • [해외쇼핑]speedy 균일가
  • [명품관]중고명품관 오픈
  • [스포츠]나이키아쿠아삭
  • [골프]DOOZO할인전40%
  • [패션의류]사랑방손님
  • [면세점]스페셜가전모음

  • 톡톡 튀는 정보

    여행

  • 제8차 고구려발해백두산 순례

  • 시베리아 횡단열차 12일

  • 新 실크로드 기행
    6일/10일

  • 배낭여행 최고 30만원
    할인!!

  • 저렴한 항공할인권 :
    동경 \220,000
    샌프란시스코 \500,000
    벤쿠버 \700,000
    유럽 \550,000

    해외연수/유학

    인터넷광고안내 | 제휴안내 | 개인정보보호정책 | 사이트맵 | 신문구독 | 채용

    The Hankyoreh copyright(c) 2006 contact us